Naruto/조각21 [오비카카] 있음에도 없는 [오비카카] 있음에도 없는 01.나른한 음악이 매끈한 검은 탁자에 반사된 빛을 타고 흘렀다. 그것에 부드러운 소리를 더하며 넥타이를 끌러낸 카카시가 술잔을 기울였다. 반쯤 남은 액체는 우주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싼 거 드시네요, 오늘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오너가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카카시는 옅게 웃었다.“먹어보고 싶었거든요.”어쩐지 흐릿한 시야에 오너가 눈을 비볐다. 그는 그대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02.카카시는 마음먹었다. 죽기로 마음먹었다. 죽임을 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수개월 이어온 줄다리기를 줄을 놓아버리는 셈이었다. 지금도 주머니 한쪽에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작은 나이프가 있었다. 그런데도. 포기한다고. 음. 그는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03.평소와 같은 .. 2016. 3. 13. [오비카카] T [오비카카] T 안녕하세요. 저는 타임테이커(time taker)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시간 여행자라고도 부르고요,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네요. 타임테이커도 제가 편하라고 붙인 거지 정말 제 이름이나, 혹은 직함도 아니에요.저는 둘입니다. 두 사람. 마치 쌍둥이처럼. 제가 오른손을 들면 저는 왼손을 들어요. 거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과도 같죠. 제가 웃으면 저는 웃어요. 저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고, 저는 미래의 시간을 가져옵니다. 저에게 어떤 부탁을 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에요. 그에 관한 결과와, 책임도. 물론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기억 못 하겠지만요. 보통은 다들 과거로 가요. 미래로 보내달라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네요. 간절한 사람만이 나를 만날 수 있어요. 정말 간절한 .. 2016. 2. 23. [오비카카] 조각글 여러개(160213) * 커피 잔에서 아스라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잔잔한 향을 맡으면서 카카시는 조용히 고했다. 작별이야. 오비토는 눈을 감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 환한 빛이 눈 앞을 가렸다. 오비토는 그것에 눈을 찡그렸다. 안간힘을 쓰고 카카시를 찾았다. 첫 번째 줄에는 없었다. 두 번째 줄에도 없었다. 세 번째 줄을 빠르게 훑었을 때, 오비토는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형아는 누구야?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카시는 서글프게 웃었고, 오비토는 그것에 곧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울지마. 물기가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카카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에는 꼭.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일까, 알람일까. 오비토는 부스스, 느긋하게 일어나 그것을 확인했다. 액정에.. 2016. 2. 16. [오비카카] The Red Shoes [오비카카] The Red Shoes 또각. 높은 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카카시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뼈가 두드러진 발등은 기울어져, 새빨간 구두 안에 갇혀있었다. 걸어보았다. 이미 하이힐에 익숙해진 카카시는 비틀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전신거울에 비친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얼마 신지도 않았는데 벌써 볼이 아팠다. 발목 뒤쪽에는 언제나 밴드가 붙어있었다. ㅡ 네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 거야. 믿지 않았다. 늘 들어가는 쇼핑몰 메인 배너에 커다랗게 달려있는 광고 문구에 눈길이 끌린 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어느 순간 카카시는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금세 도착한 택배상자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틈을 단단히 막고 있는 테이프를 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 2016. 1. 31.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