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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조각21

[오비카카] 추락 [오비카카] 추락 “고해합니다.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쿵, 심장이 떨어졌다. 카카시는 손안에 느껴지는 딱딱한 십자가의 감각을 여실히 느끼면서 진정하려 애를 썼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착각도 유분수지. 죄를 짊어져? 누구의 죄를? 용서해?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렀다. 쿵. 쿵. 쿵.쿵. 결국, 추락하고야 만 것이다. * * * 카카시는 조용히 그들의 고해를 듣고 있었다. 불안한 목소리 안에서 튀어나오는 죗값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기 위함이었다. 그가 있는 성당은 조금, 특이한 곳이었다.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다른 건 다 젖혀두더라도 단 하나. 그 하나만은 그곳의 신부나 수녀들이 어겨서도, 발설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하나, 범법자들이 고하는 죄는 모두 그(녀)의 고해를 들은 신부나 수녀가.. 2017. 1. 10.
[오비카카] 호기심 [오비카카] 호기심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오비토는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새하얀 화면에는 주소와 시간만이 있었지만, 그에게 그것은 상당히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호기심이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려 돌이킬 수도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 언젠가 너는 그거 때문에 한 번 크게 데일 거야. 걱정 반, 농담 반으로 건네던 친구의 말이 오비토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어떡하지? 거절할까? 근데 정말 궁금한데. 아, 진짜…….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내려다본 화면. 머리를 마구잡이로 흔들던 오비토는 공중 화장실에서 본 번호의 이름을 무어라고 저장해야 할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앞에서 강의하는 교수의 말이 모조리 강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갔다. 어제였다. 오비토는 우연히 들린 공원 .. 2016. 8. 19.
[오비카카] Drink me! [오비카카] Drink me! 일어나. 웃고 있는 걸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소년이 생각했다. 느릿한 말투, 천천히 흘러들어오는 소리. 앞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눈이 부셨다. 찡그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낯설지 않은 목소리. 온통 캄캄했을 때 들려왔던 소리와 닮았다.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서 자신을 불렀던 그 목소리와도 닮았다. 제대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되자 소년은 더 혼란스러웠다. 분명 아는 얼굴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부스스한 하얀 머리카락, 눈을 가로지르는 상처. 머리 양쪽에 달린 고양이 귀와 흔들리는 꼬리가 소년의 눈에 박혔다. 저건 뭐야?드디어 일어났구나, 앨리스. 소년은 쫑긋 솟아오른 까만 귀로 뻗던 손을 멈추었다. 앨리스? 그게 누군데? 누구겠어, 내 앞에 .. 2016. 7. 4.
[오비카카] 겨울 끝, 봄 시작 [오비카카] 겨울 끝, 봄 시작. 깜깜한 화면에 푸석한 제 얼굴이 비쳤다. 잔소리 들을 만도 하지. 오비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뺨을 쓸었다. 카카시가 보고 싶었다.이번 주 토요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가볍게 물은 질문에 그는 답이 없었다. 툭 치며 300일이잖아, 장난스럽게 이르자 카카시는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밀랍처럼 굳어가는 그것에 오비토 역시 입꼬리를 내렸다. 묘한 위화감. 구겨진 흰 와이셔츠의 주름을 보는 오비토다. 일, 많이 힘들지. 좀 쉬어요. 눈을 마주치면 버럭, 화를 내버릴 것만 같아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오비토.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귀찮음.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 끔찍해 몸을 돌렸다. 그로부터 벌써 4일째, 침묵을 지켰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지정해둔 알람을 껐다. .. 2016.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