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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카카] 코스모스 To. Bojo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흩어지는 색은 일직선으로 섞여 망막에 맺혔다. 오비토는 기차에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금방 곯아떨어졌다. 목을 앞으로 푹 꺾어 자는 것이 영 안쓰러워 어깨에 그를 기대게 했다. 의자 밑으로 바닥을 디딘 다리 하나. 4년 만에 만난 오비토는 그 튼튼하던 다리 하나를 잃은 채였다. 굵고 단단하던, 열기를 품고 있던 종아리대신 차가운 금속 조각이 자리한 것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난 네가 훌륭한 수영선수가 될 줄 알았어. 그 말 한마디를 마음 한구석에 숨겼다. 너는 쓰게 웃었더랬다. 언제던가. 좋아하지도 않는 빙수를 목구멍으로 집어삼키면서 네 눈동자와 마주쳤던 것은. 뿌리지 말라고 했던 연유는 기어코 눈꽃 사이에 숨겨 와서, 너는 능청스레 웃었다.다 .. 2015. 10. 25.
[시카카카] 회사원AU [시카카카] 회사원AU- 야근 “아직 있었어?” 어두운 곳에서 밝은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시카마루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놀라게 한 쪽이 되어버린 카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 저는 처리할 게 남아서요. 부장님이야말로 왜 바로 퇴근 안 하셨어요. 말은 없고 눈을 접어 웃는 카카시에 시카마루는 그가 대답할 마음이 없음을 알았다. 카카시가 ‘수고해’ 이르며 시카마루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보다가 시카마루는 크게 하품했다. 드디어, 다 끝나간다. * * * 점심시간. 시카마루는 오전 중 한껏 웅크리고 있던 허리를 쭉 펼쳤다. 뚝뚝 끊기는 소리와 함께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피곤했다. 야근도 했건만 또 아침부터 일이 쌓여있다.. 2015. 10. 25.
[오비카카] 150915 [오비카카] 150915- 급하게 챙긴 카카시 선생님 생일 축전 일어나, 오비토. 오비토! 오비토는 누군가가 자신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찌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졸려 죽겠어. 지금, 진짜. 정말로. 입술 밖으로 흩어져 일렬종대 해야 할 단어들은 축축한 입 안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요즘 밤에 뭐하길래 이렇게 자." 무심한 눈이 조금 걱정스러운 빛을 띠었다. 오비토는 공부라고 답했다가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는 것을 보고 금방 입을 다물었다. 장난하지 말고. 아니, 진짜. 별 거 아니야. 하하,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하얀 백지. 어지럽게 흩어진 잉크. 오비토는 여전히 그것들이 눈앞을 어른거리는 것에 질색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카카시는 그의 .. 2015. 10. 25.
[오비카카] 너와 나 *외전 [오비카카] 너와 나 *외전-늑대 수인 AU 푸르렀던 계절이 가고, 낙엽이 졌다. 그것들도 이내 땅에 떨어지고 눈이 내렸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서 아직 어린 아이인 그들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놀았다. 다시 봄이 왔다. 녹은 눈 위에서 생명이 싹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은 화창함과, 그 색채를 자랑했다. 그렇게 두어 번의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그들은 어른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뭐야, 빨리 큰다더니. 한참 지나야 했잖아.”“2년 반 만에 이렇게까지 큰 거야.” 만족해. 제 머리 위에 손바닥을 쭉 펼치고 카카시와의 키를 어림짐작하던 오비토는 단호하게 내려진 일갈에 쳇, 혀를 찼다. 사실 카카시보다는 더 크길 바랐다. 그보다 정말 도토리만큼 큰 키에 오비토는 심기가 불편.. 2015.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