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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단/중편

[오비카카] 너와 나 *외전

by MaEl 2015. 10. 25.

[오비카카] 너와 나 *외전

-늑대 수인 AU






 

푸르렀던 계절이 가고, 낙엽이 졌다. 그것들도 이내 땅에 떨어지고 눈이 내렸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서 아직 어린 아이인 그들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 놀았다. 다시 봄이 왔다. 녹은 눈 위에서 생명이 싹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은 화창함과, 그 색채를 자랑했다. 그렇게 두어 번의 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그들은 어른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른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뭐야, 빨리 큰다더니. 한참 지나야 했잖아.”

“2년 반 만에 이렇게까지 큰 거야.”

 

만족해. 제 머리 위에 손바닥을 쭉 펼치고 카카시와의 키를 어림짐작하던 오비토는 단호하게 내려진 일갈에 쳇, 혀를 찼다. 사실 카카시보다는 더 크길 바랐다. 그보다 정말 도토리만큼 큰 키에 오비토는 심기가 불편했다.

 

 

그보다 이거, 어쩔 거야.”

 

오비토는 카카시가 내민 붉은 천을 제 팔뚝에 매면서 당연히 해야지! 하고 대꾸했다. 다 들키잖아. 카카시가 입을 삐죽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지라이야가 동굴 앞에 붉은 천 2개를 두고 갔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아는 카카시는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평생의 반려. 서로를 쳐다보며 마주 웃었다.

 

 

들키라고 하는 거야. 자랑해야지, 안 그래? 카카시가 한숨을 폭 쉬자 오비토는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카카시의 왼쪽 발목에 천을 묶었다. 이러면 잘 안 보이겠지. 나름의 타협점이라고 뿌듯해하는 오비토를 보며 카카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좌우로 저었다. 아직 애라니까.

 

 

 

카카시 형-!”

 

. 멀리서 들려오는 발랄한 소리에 오비토의 표정이 종이 구겨지듯 찌그러졌다. 1년 전에 막 성인식을 마쳐 아직 제 허리께에도 못 미치는 젖먹이. 오비토가 정의한 야마토는 그랬다. 그가 또 야마토를 기피하는 이유는 그가 카카시를 무척 잘 따른다는 것에 있었다. 봐라, 또 해맑게 웃으면서 카카시에게 뛰어오는 저 모습을.

 

인상 좀 펴. 어떻게 그래. 오비토가 조그만 목소리로 내건데, 덧붙이자 용케 그것을 들었는지 카카시의 귀 뒤가 새빨개졌다. 팔꿈치로는 오비토의 허리를 푹 찌르면서. 보통 아닌 힘에 오비토가 컥컥 거렸다. 좋으면 좋다고 말로 하지! 또 맞을 까봐 속으로만 항의했다.

 

 

카카시 혀엉! 끝을 길게 늘이며 지척까지 다가온 야마토가 카카시를 껴안으려 했다. 멋들어지게 근육이 자리 잡은 오비토의 팔에 제지당한 야마토가 힘을 주어 버텼지만 결국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더 크고 와라, 꼬마야. 오비토가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웃으며 야마토에게 일렀다. 울컥한 야마토가 조금만 더 있으면 오비토보다 더 클 거거든요? 하고 쏘아붙였다. 카카시는 형이고 나는 왜 이름이야, ?! 형 노릇을 해야 형 취급을 해주죠. 지금 해보자는 거야? 안 될게 뭐가 있어요!

 

점점 커지는 싸움판에 카카시가 두 사람의 머리에 한 대씩 꿀밤을 때렸다. 제법 매서운 손이라 오비토와 야마토는 맞은 곳을 쥐고 신음했다.

 

 

눈물을 찔끔 흘리던 야마토의 눈에 붉은 것이 스쳐지나갔다. ? 잘못 봤나 싶어 다시 시선을 고정하지만 여지없는 붉은 천이었다. 카카시의 왼쪽 발목에, 붉은 천. 새하얗고 얇은 발목에 붉디붉은 천이 매여 있다는 건 시각적으로 매우 즐거운 일이었지만. 적어도 야마토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오비토에게, 첫눈에 반한 것은 너뿐만이 아니라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었다. 빛나는 사람을 본 건, 당신뿐만이 아니라고. 나 역시 그 사람을 마음에 들였다고.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갑자기 잠잠해진 야마토에 의아해진 오비토가 그의 얼굴을 보려했다. 급히 고개를 숙이는 야마토였기에 순간뿐이었지만 그는 분명히 보았다. 울고 있었다. 어어,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오비토가 당황했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카카시도 걱정이 되었는지 야마토에게 다가갔다.

 

 

번쩍. 야마토가 고개를 들었다. 오비토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무언가를 찾더니 한 곳에서 멈췄다. 전 포기 안 할 거예요. 카카시는 야마토가 바라보는 것이 붉은 천이라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펄쩍 뛸 정도로 식겁했다. 오비토도 눈치 챘는지 미소가 짙어졌다.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봐. 조금만 더 기다려요, 멋지게 커서 올 테니까! 웃으면서 크게 소리친 야마토가 뒤를 돌아 힘차게 뛰어 내려갔다.

 

 

 

카카시.”

.”

오늘 하자.”

 

하하. 생긋 웃은 카카시가 오비토의 머리를 쳤다. 왜 때려! 하고 큰 소리를 내려던 오비토는 카카시의 가라앉은 표정을 보고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불안해? 맹약까지 맺었는데. 벌써 까먹은 거야? 아니.

 

다 기억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마저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흔들리면 나도 흔들려. 미안. 오비토가 웅얼거렸다. 됐어, 그거면. 가자.

 

 

야마토는 나중에 어떻게든 잘 설득하면 되지 않을까. 카카시는 제 발목에 묶인 천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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