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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카카] 조각글 여러개(160213) * 커피 잔에서 아스라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잔잔한 향을 맡으면서 카카시는 조용히 고했다. 작별이야. 오비토는 눈을 감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 환한 빛이 눈 앞을 가렸다. 오비토는 그것에 눈을 찡그렸다. 안간힘을 쓰고 카카시를 찾았다. 첫 번째 줄에는 없었다. 두 번째 줄에도 없었다. 세 번째 줄을 빠르게 훑었을 때, 오비토는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기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형아는 누구야?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카시는 서글프게 웃었고, 오비토는 그것에 곧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울지마. 물기가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카카시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에는 꼭.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일까, 알람일까. 오비토는 부스스, 느긋하게 일어나 그것을 확인했다. 액정에.. 2016. 2. 16.
[오비카카] 오로라의 끝에. [오비카카] 오로라의 끝에. ㅡ 오비토 생일 축전. 허연 입김이 눈앞의 공중에 흩어졌다. 그대로 얼려버리는, 서늘한 공기에. 오비토는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얇은 책자를 넘기려 애썼다. 극단. 세상의 끝. 오비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바닥 아래에서 뿌득거리며 달라붙는 눈의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새하얀 눈의 세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아래로 내려올 듯 가까웠다. 얼음이 얼어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오비토는 툭, 건드렸다. “기다려. 꼭 보여줄게.” 앞으로 몇 시간. 오비토는 빌었다. 오로라가 나타나기를. 주먹을 쥐었다. 눈을 닮은 하얀 머리의 남자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힘내, 기다릴게. 파슥. 앙상한 가지 위에 아슬하게 놓여있던 눈이 오비토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떨어졌다. .. 2016. 2. 10.
[오비카카] The Red Shoes [오비카카] The Red Shoes 또각. 높은 힐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카카시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뼈가 두드러진 발등은 기울어져, 새빨간 구두 안에 갇혀있었다. 걸어보았다. 이미 하이힐에 익숙해진 카카시는 비틀거림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전신거울에 비친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얼마 신지도 않았는데 벌써 볼이 아팠다. 발목 뒤쪽에는 언제나 밴드가 붙어있었다. ㅡ 네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줄 거야. 믿지 않았다. 늘 들어가는 쇼핑몰 메인 배너에 커다랗게 달려있는 광고 문구에 눈길이 끌린 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어느 순간 카카시는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금세 도착한 택배상자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틈을 단단히 막고 있는 테이프를 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 2016. 1. 31.
[오비카카] 너울 *Side story [오비카카] 너울ㅡ side story. 오비토는 몰랐다. 카카시도 몰랐다. 새카만 잠에서 깨어나, 그 앞에 나타난 것이 그토록 익숙한 바다일 줄이야. 어떡할래? 이르는 말에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별빛을 잡아먹으며 휘영청 달이 떠있으니, 발을 지면에서 떼어놓고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없을 터다. 익숙한 파도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 * * “놀러가자. 등대 일은 잠깐 쉬고 말이야.” 갑자기 말했다. 응, 갑자기. 카카시는 한참 동안 오비토를 묵묵히 응시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싶어서. 물론 몇 시간을 쳐다보든 오비토의 말이 바뀔 리 없었다.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역시. 카카시는 알고 있었다. 그 무의미한 행동에 오비토는 눈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가끔은 기분전환 하는 것도 좋잖아.. 2016.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