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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조각

[오비카카] 추락

by MaEl 2017. 1. 10.

[오비카카] 추락

 



고해합니다.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 심장이 떨어졌다. 카카시는 손안에 느껴지는 딱딱한 십자가의 감각을 여실히 느끼면서 진정하려 애를 썼다.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착각도 유분수지. 죄를 짊어져? 누구의 죄를? 용서해?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흘렀다. . . .

.

 

결국, 추락하고야 만 것이다.

 

* * *

 

카카시는 조용히 그들의 고해를 듣고 있었다. 불안한 목소리 안에서 튀어나오는 죗값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기 위함이었다. 그가 있는 성당은 조금, 특이한 곳이었다.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다른 건 다 젖혀두더라도 단 하나. 그 하나만은 그곳의 신부나 수녀들이 어겨서도, 발설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나, 범법자들이 고하는 죄는 모두 그()의 고해를 들은 신부나 수녀가 지고 간다.

퍽 억울한 규칙일 법도 했지만 사람들은 무감각한 건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건, 카카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카카시의 하루는 상당히 규칙적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지루할 만큼 일상적이었고, 그를 지표로 시계를 만들어도 될 정도였다. 그 날도. 카카시는 새벽 2시까지 고해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해하는 사람이 있든 없든 어둑한 고해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 것이다. 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15955초를 향해 할 때, 카카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고해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의 빠른 발걸음이 터벅터벅. 고요한 곳에 의자를 끄는 소리가 요란했다.

신부님, 신부님. 목소리가 떨렸다. 소년, 성인. 그 중간 어디쯤의 목소리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그는 자신에게 첫 죄를 털어놓았다. 자신은 그것을 짊어지고 용서했었다. 카카시는 생각했다. 이젠 그의 첫 고해가 기억나지도 않아.

 

다음 날, 성당에 나가 기도를 드리다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맑은 아이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학생?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함께 기도하겠습니까. 이름은? 우치하 오비토입니다, 신부님. 신부님. 그래. 그렇게 부르던 목소리가 선명했다. 어쩌면 조금, 아는 척을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그의 죄를 짊어지고 있고, 그는 자신으로 인해 용서받았다고. 카카시의 내민 손을 꽉 잡으면서, 어딘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던 오비토는 이제 검은 장막의 저편으로 숨어버렸다.

 

 

오비토는 그 이후로도 종종 새벽 2시 무렵에 고해실을 찾아오곤 했다. 카카시는 어느새 그의 발소리를 기억할 만큼 그것에 익숙해졌고, 죄의 내용은 갈수록 무거워져만 갔다. 주님, 기꺼이.

 

 

나뭇조각 사이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끔찍이도 두려웠다.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차라리 도둑질이나 폭행이 더 나았다. 살인이라니. 사람을 죽였다고? 지금, 제 옆에 있는 자가? 자르륵. 손안에 쥐고 있던 십자가의 줄이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아 듣기 싫은 소리를 내었다.

 

. 그건 웃음소리였다. 떨어진 것을 주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굳어, 청각을 곤두세웠다. 오비토는 서럽게 울고 있었다. 아냐, 잘못 들었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카카시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했다. 그건, 웃음소리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오비토의 죄를 용서했다. . 심장이 저 아래로 추락했다. . 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심장의 소리였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카카시는 한숨을 내쉬고, 저린 다리를 펴 딱딱한 의자에서 일어섰다.

똑똑.

나 아직 안 갔는데, 신부님.”

째깍. 째깍. 초침이 흘렀다. 돌고, 돌고. 오비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래, 왜 대답이 없어요. 이러려고 나 감싸준 거 아니야?

오만했지. 감히 누구의 죄를 짊어지고 용서해. 너무도 무거웠다.

 



카카시는 추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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