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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조각

[오비카카] 호기심

by MaEl 2016. 8. 19.


[오비카카] 호기심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오비토는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볼 뿐이었다. 새하얀 화면에는 주소와 시간만이 있었지만, 그에게 그것은 상당히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호기심이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으로 섞여버려 돌이킬 수도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 언젠가 너는 그거 때문에 한 번 크게 데일 거야. 걱정 반, 농담 반으로 건네던 친구의 말이 오비토의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 어떡하지? 거절할까? 근데 정말 궁금한데. , 진짜…….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내려다본 화면. 머리를 마구잡이로 흔들던 오비토는 공중 화장실에서 본 번호의 이름을 무어라고 저장해야 할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앞에서 강의하는 교수의 말이 모조리 강물처럼 빠르게 빠져나갔다.

 

어제였다. 오비토는 우연히 들린 공원 화장실에서 묘한 스티커를 발견했다. 핫핑크의 바탕 위에 하얀색 글자로, ‘S 구해요.’. 어어. 그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니까 사디스트의 S겠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지퍼를 올린 후 손까지 씻은 그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가 금방 되돌아오고 말았다. 자신의 성미에 한탄하면서 스티커 아래쪽에 선명한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 오비토는 그제야 후련한 얼굴로 화장실을 떠났다.

 

오비토는 게이였지만, 평소 자신의 성생활이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온갖 플레이니 SM이니 듣기만 했지 해보려 하지도 않았고, AV에서 잠깐 본 것이 그가 아는 것의 전부였다. 고통이나 수치심으로 성적 쾌감을 느낀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도무지. 고개를 좌우로 저은 오비토는 저장해둔 번호로 능청스레 문자를 찍어 보냈다. S, 구하신다고요.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결국 호기심에 완패해 제대로 거절하지 못한 오비토는 약속한 날, 약속한 시각, 약속한 장소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검은 뿔테안경에 하얀 마스크 끼고 있을 거예요.’ 문자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커다란 조형물 앞에 선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10분이나 시간이 남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위험한 분위기가 풍기면 당장에 도망가야지. 오비토는 주먹을 꽉 쥐고 결심했다. 미리 얘기해둔 검은 스냅백을 꾹 눌러쓰며 재차 주변을 살피던 그는 음료수 자판기 옆 벤치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을 발견했다. 여리여리한 실루엣에 은색으로 물들인 머리. 안경으로 가렸지만 언뜻 드러나는 선한 눈매에 오비토는 한순간 정신을 빼앗겼다.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빼어 든 오비토는 연신 핸드폰 자판을 두들겨대던 그의 옆에 앉아 그것을 내밀었다. 일찍 왔네요.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인사에 오비토가 속으로 당황할 무렵, 아아,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대는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당신도요.”

. 마스크를 내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그의 모습에 어딘지 색기가 흘러넘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바로 와도 되는 겁니까, 원래?”

경험 많이 없으신가 봐요.”

그럼 그쪽은 많은가 보죠. 속으로 투덜거리며 재킷을 벗었다. 오비토도 몇 번 와 본 적이 없는 모텔을, 상대는 제집 드나들 듯 자연스럽게 체크인했다. 만난 지 채 30분도 안 된 때였으며 오비토는 자신이 당황할 만 하지않냐고 입술을 삐죽였다. 상대는 방에 들어와서야 완전히 안경과 마스크를 벗었다. 얇은 입술 아래에 나 있는 점에 순간 시선을 뺏긴 오비토가 멍하니 서 있으니 그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지만 온몸이 저릿해서요. , 어딘가 축축한 음성에 정신을 차린 오비토는 상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욕실로 밀어 넣어졌다.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와요. 얼빠진 얼굴로 엉거주춤 몇 걸음 내딛으니 뒤에서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준비 다 하고 왔으니까. 바바리코트의 끈을 끄르면서 하는 소리였다. 오비토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타올에 거품을 내어 기계적으로 몸을 문지르던 오비토가 겨우 마음을 추슬렀을 때, 상대는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왔어요, 늦었네. 자신이 혹시 마녀에게 홀린 건 아닐까. 왜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겠지. 처음 그에게 인사를 건네던 자신이 비웃을 모양새였다.

 

끝나는 암호는 뭐로 할까요.”

? 암호요?”

되물으니 상대의 표정이 차갑게 굳은 것을 오비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S 아니지? 눈이 말하고 있었다. 금방 씻고 나왔는데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선명했다. 오비토는 하하, 웃으며 이야기를 다른 데로 돌리려 노력했다. , 이름은 뭐에요? 실례가 안 된다면. 스케아요, 그쪽은? 가명이다. 어디로 들어도 가명이었다. 오비토는 속으로 열을 내며 저는 토비라고 합니다, 하고 똑같이 가명으로 둘러댔다. 그럼 제가 당신의 이름을 연달아 3번 부르는 걸로 하죠. 오비토는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탁자 위에 있는 제 가방에 물건들이 있을 거예요. 제가 가지고 오기로 했었죠? 새카만 가죽 가방이었다. 오비토는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벌벌 떨었고, 그의 손이 연신 부들거리는 모양을 본 스케아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새빨간 밧줄과 은색 수갑, 양초와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가죽. 카카시는 토비의 눈이 크게 뜨인 걸 응시하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늘은 수갑으로만 해요. 어쩌다 저런 숙맥이 걸렸을까. 어쨌든 상관없었다. 카카시는 수치심을 주는 행동이나 외설적인 말보다는 묶이는 행위, 그 고통에 성적 쾌감을 얻는 편이었다.

이거, 수갑. 진짜는 아니지요?”

귀엽네.

채우는 순간, 시작해요.”

카카시는 두 손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진짜 수갑이었다. 채우면 아픈. 토비가 조심스레 수갑을 채웠고, 카카시는 곧바로 침대에 넘어지듯 누웠다.

 



*  *  *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케아의 두 손을 그의 등 뒤로 돌려 잡고 있었다. 손을 놓으니 천천히 제자리로 돌린 그가 벌게진 얼굴로 색색, 가쁜 호흡을 뱉었다. 더 하나? 묻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그가 자신의 가명을 세 번 연달아 불렀다.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좋았다며 웃는 모습에, 얼굴에 열이 오르고 말았다. 수갑이 채워진 손목을 앞으로 내미는 것에 저도 모르게 손을 잡아 그의 이마에 입 맞추고 말았다. ? 스케아의 얼굴에도 자신의 얼굴에도 당황이 한가득 스치고 지나갔다. 황급히 열쇠를 찾아 수갑을 풀어내니 미묘한 신음을 흘린 그가 하하, 웃었다.

잘하네요, 사디도 아니면서.”

, . ,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다음에는 거북 묶기라도 연습해 오는 게 어때요? 샤워실로 들어가면서 남긴 말에 오비토의 두 뺨이 마치 부어오른 그의 두 손목처럼 붉어졌다.

 

이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샤워실 문이 닫히기 전에 소리쳤다. 스케아는 눈꼬리를 휘어 웃더니 검지를 입술에 가져가 댔다. 선명하게 남은 자국에 눈길을 빼앗기기도 잠시. 다음에, 가르쳐 드릴게요. 휙 돌아 들어가 버리는 것에 오비토는 속으로 와악, 소리 지를 뻔한 것을 삼켜냈다. 다음에 진짜 또 만나는 거야? 정말? 내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복잡한 감정에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호기심이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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