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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43

[오비카카] 침묵 [오비카카] 침묵 멈춰. 너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귓바퀴를 둔중하게 파고든 소리는 형체가 되었다. 내 몸을 묶고 놔주지 않았다.“잘 먹을게.”눈동자만 도르륵 굴려 얼빠진 표정을 해 보이자 너는 그것을 용케 알아차렸다. 몇 초 전만 해도 내 손에 들려있던 과일 주스를 가져간 너다. 네가 손바닥을 맞부딪치자 내 몸은 그제야 자유를 찾았다. 쓸데없는 거에 소리를 쓰는 거 아냐? 묻자 하하 웃고 말았다. 그것에 나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매점에서 한정으로 파는 딸기 주스를 시원스레 마시며 네가 멀리 사라졌다. 옆에서 누구냐고 묻기에 친구라고만 답했다. * * * 오비토. 오비토.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카카시는 고개를 들어 그가 늘 앉는 자리를 살폈으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이틀 째 결석이었다. 시.. 2016. 3. 24.
[오비카카] 있음에도 없는 [오비카카] 있음에도 없는 01.나른한 음악이 매끈한 검은 탁자에 반사된 빛을 타고 흘렀다. 그것에 부드러운 소리를 더하며 넥타이를 끌러낸 카카시가 술잔을 기울였다. 반쯤 남은 액체는 우주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비싼 거 드시네요, 오늘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오너가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카카시는 옅게 웃었다.“먹어보고 싶었거든요.”어쩐지 흐릿한 시야에 오너가 눈을 비볐다. 그는 그대로 웃고 있을 뿐이었다. 02.카카시는 마음먹었다. 죽기로 마음먹었다. 죽임을 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수개월 이어온 줄다리기를 줄을 놓아버리는 셈이었다. 지금도 주머니 한쪽에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작은 나이프가 있었다. 그런데도. 포기한다고. 음. 그는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03.평소와 같은 .. 2016. 3. 13.
[오비카카] 마음에 날개를 [오비카카] 마음에 날개를 01.하늘을 바라보면, 커다란 날개를 널리 펄럭이며 날아가는 이들이 있다. 하나같이 웃는 모습으로. 자신의 위를 스쳐 가는 바람을 깨닫고 고개를 들면, 보였다. 미소. 웃음. 밝음. 카카시는 자신의 꼬질꼬질한 발가락을 내려다보며 꾹, 입술을 물었다. 02.모질이. 모자란 놈. 그렇게 불렸다. 골목 아이들의 새하얀 날카로움. 그것은 카카시의 등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해진 윗옷의 구멍 사이로 보이는, 딱지가 앉아버린 상처. ‘너를 사랑해줄 사람은 없어!’ 눈동자를 치켜뜨고 외치는 것에 또 베였다. 길게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03.“또 다쳐서 왔구나.”“죄송해요.”베개에 머리를 묻고, 커다란 몸을 구기며 대답했다. 의사는 한숨을 폭 내쉬고 소독약에 적신 솜을 카카.. 2016. 2. 27.
[오비카카] T [오비카카] T 안녕하세요. 저는 타임테이커(time taker)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시간 여행자라고도 부르고요, 저승사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네요. 타임테이커도 제가 편하라고 붙인 거지 정말 제 이름이나, 혹은 직함도 아니에요.저는 둘입니다. 두 사람. 마치 쌍둥이처럼. 제가 오른손을 들면 저는 왼손을 들어요. 거울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과도 같죠. 제가 웃으면 저는 웃어요. 저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고, 저는 미래의 시간을 가져옵니다. 저에게 어떤 부탁을 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에요. 그에 관한 결과와, 책임도. 물론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기억 못 하겠지만요. 보통은 다들 과거로 가요. 미래로 보내달라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네요. 간절한 사람만이 나를 만날 수 있어요. 정말 간절한 .. 2016.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