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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조각

[오비카카] 무제

by MaEl 2015. 10. 25.



반짝 반짝. 다이아몬드를 곱게 갈아 뿌려놓은 듯 캄캄한 하늘에 별들이 박혀 있었다. 전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그것들을 카카시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 있었다.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이 있어 시선을 빼앗겼다. 저렇게 빛나는 건 몇 천 년, 혹은 몇 억 년 전에 별이 폭발해서, 마지막 빛이 이제야 여기에 닿는 거라고.그는 어디선가 읽은 구절을 반추했다.

 

 

지쳤다. 살아온 지 19. 자신들보다 10, 20년 더 살아온 이들이 듣는다면 당장에 웃음을 살 얘기였지만, 분명 지쳤다. 장애물이 많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자신들은 다른 이들과 달랐으니까. 남자와 남자. 그것뿐인데.

 

고등학교 3학년. 무거운 어깨에 짐이 더해졌다. 오비토도, 카카시도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학업, 진로, 그리고 미래. 자신들의 미래는 찬란할까. 툭 건드리면 폭발할 것 마냥 쌓여있었다. 그것을 서로 알았기에 조심스러워졌다. 거슬릴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불안하고, 온 신경이 곤두섰다. 점점 힘들어졌다.

 

결국 신경과민으로 쓰러진 카카시의 앞에서 오비토는 말했다. 미안하다고. 엉엉 울며 사과하는 그를 보며 카카시도 쓴 눈물을 흘렸다. 우린 지친거야. 조금, 쉬자.

 

 

 

마침 여름방학이 코앞이었다. 장소는 오비토의 친할머니댁으로 정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좋았다.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으니까. 조그만 버스의 덜컹거림을 온 몸으로 느끼며 카카시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옆자리에서 오비토가 오랜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버스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들판을 지나고, 청명함을 머금으며 자라는 논을 지났다. 밑으로 강물이 시원하게 지나는 작은 다리를 지나서, 버스는 달리는 것을 멈췄다. 버스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내리자, 맑디 맑은 공기가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었다.

 

 

 

개굴. 어디선가 개구리가 울었다. 카카시는 어두워 보이지도 않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오비토를 개구리 대신 발견했다. 카카시! 그는 들뜬 음색으로 한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를 꼭 쥔 채 달려왔다. 금세 카카시 옆에 선 그는 봉투를 내밀었다. , 더워.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고르는 카카시에게 좀 전까지 자신이 부치고 있던 부채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드는 오비토의 손에 열기가 몰린 것을 카카시는 맞닿는 손으로 깨달았다. 너 진짜 몸에 열 많구나. 그러는 카카시는 왜 이렇게 시원해? , 달라붙지 마. 더워, 떨어져. 쿨팩이 되어달라며 팔 한쪽을 자신의 가슴팍에 가두는 그를 카카시가 질색하며 떼어냈다. 입을 삐쭉 내민 오비토는 커다란 부채를 부쳤다.

 

 


부스럭 거리는 검은 봉투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각종 폭죽이었다. 옛 생각이 난다며 오비토가 사온 것이었다. 봉투 밑바닥에 아이스크림이 있어 카카시는 오비토에게 그것을 건넸다. 으아, 다 녹았겠다. 카카시 너도 먹어, 빨리.

 

아이스크림 비닐을 벗겨 한 입 문 카카시는 폭죽을 하나 둘 꺼냈다. 막대 폭죽, 분수 폭죽, 팽이 폭죽. 종류도 다양했다. 뭐부터 할래? 아이스크림을 한껏 입에 넣는 바람에 불분명한 발음으로 오비토가 물었다.

카카시는 대답 없이 분수 폭죽을 마당 한가운데에 세웠다. 어느새 라이터를 가져온 오비토가 불 붙인다-, 하며 심지에 라이터를 가져다댔다.

 

, 소리와 함께 피어오른 불꽃이 심지 끝을 태웠다.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그것과 비슷하게 오비토가 재빨리 마루로 돌아왔다.

 

 

하얗게 빛나는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점점 위로, 위로 뿜어져 오르는 것이 별보다 더 밝았다. 반짝 반짝. 한껏 웃는 얼굴로 폭죽을 바라보는 오비토의 눈동자도 그랬다. 새카만 눈동자에 담긴 폭죽의 조각이, 아까까지만 해도 올려다보았던 밤하늘과 닮아있었다.

 

졸업하면 나가서 살 거야. 오비토의 눈동자가 이번에는 카카시를 담았다. 카카시는 아직 솟아오르고 있는 폭죽을 응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작은 방을 구해서. 카카시. 오비토가 카카시의 손을 잡았다. 카카시가 그를 마주보았다. 나도! 카카시는 어렴풋하게 오비토의 볼이 상기된 것을 눈치 챘다. 눈가가 붉게 물든 것도. , 목소리도 떨린다.

 

울보야.”

안 울어.”

 

울고 있으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오비토의 모습에 카카시가 실소했다. 그는 오비토의 어그러진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쳐 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제 입술을 오비토의 것에 덧대었다. 부드러웠다. 따뜻했다. 맞잡은 손을 떼지 않았다.

 

 

폭죽이 사그라들었다. 대신 별똥별 하나가 둘의 머리위로 지나갔다. 풀 속 어딘가에서 개구리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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