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코노하 오비토 X 카카시
* 피에로 분장한 선생님이 너무 예뻐서 쓴 글.
수고했어. 카카시에게서 카메라와 사진을 건네받은 오비토가 그에게 일렀다. 어딘가가 불편한지 계속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있는 카카시는 복면을 쓰던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씻고 올게. 지친 몸을 이끌고 카카시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오비토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살폈다.
커다란 축제는 아니었지만, 어린 아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연 작은 행사가 있었다. 일손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청해온 마을 사람들을 매몰차게 거절하기 힘들었던 카카시는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전후(戰後)였으니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랬는데. 잘 부탁한다며 건네진 피에로 옷과 가발, 분장도구를 보고 그는 자신의 선택을 잠시 후회했다. 이걸 어쩐다. 복면은 벗어야겠지. 한 몸처럼 생활해왔던 것을 한쪽에 벗어두고 들여다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췄다. 어색하다. 괜히 턱에 있는 점을 만지작거리고는 검은색 가발을 집었다. 대충 뒤집어썼다. 그랬더니 이제 눈이 문제였다. 같이 받은 렌즈를 끼웠다. 그것만으로도 꽤 인상이 변했다. 흐음. 그것이 신기해서 유심히 거울을 들여다봤다. 변신술을 쓰면 썼지 이렇게 분장해본 적은 없었는데.
카카시! 크게 외치면서 화장실문을 연 것은 오비토였다. 야, 너는 사람이 화장실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비토? 제 앞에서 넋을 잃고 있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런 꼴을 하고 있어? 살짝 격앙된 어조가 오비토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상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름 괜찮은데. 카카시는 덥수룩한 가발을 이리저리 정리했다. 오비토는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카카시에게 다가섰다. 그것이 꽤나 우스운 모습이라 카카시는 실소했다.
무슨 일 있어? 봉사활동. 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오비토였다. 밖에 벌써 난리더라. 오비토는 어깨를 으쓱하며 눈에 보라색 스티커를 붙이는 카카시에게 일렀다.
“옷도 갈아입을 거지?”
“응.”
거기 옷 좀 줘. 덧붙이는 카카시에게 오비토는 한편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옷을 건네주려다 그것의 모양새를 보고 피식, 웃었다. 카카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비토는 차라리 닌자복을 입고 나가지? 하며 비꼬았다. 안에는 반팔입고. 신이 나서 덧붙이는 그였다. 생각해보니 나쁜 방법은 아니어서 카카시는 오비토의 제안 아닌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것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오비토였다.
나무는 푸르고, 꽃은 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뛰어다녔다. 카카시는 어느새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처음엔 흐뭇하게 카카시를 지켜보던 오비토도 점점 지쳐갔다. 내가 옆에 있는데 사진 찍는 거에만 신경 쓰고. 땅바닥을 보며 중얼거렸다. 유치하다. 알아, 나한테 관심 좀 주지?
“오비토 선생님!”
최근에 담당하게 된 자신의 반 아이들이었다. 금세 환해진 얼굴로 한 명, 한 명,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오비토를 보고 카카시는 자신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인화하면 따로 한 장 가져야지, 다짐했다. 사진 찍는 소리에 이제야 카카시를 눈치 챘는지 아이들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여전히 카메라를 놓지 않고 그것을 받아주었다. 누구에요? 잘생겼어. 오비토 선생님 친구에요? 오비토는 마치 참새가 우는 듯, 맑고 높은 목소리로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응, 맞아. 선생님 친구야. 뭐야, 선생님도 친구 있었네. 친구랑 놀아요! 저흰 이만 가볼게요. 저 멀리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보고난 카카시가 오비토를 보고 비웃었다. 저런 취급 받고 있었구나, 너. 그 소리 왜 안하나 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는 그렇게 지났다. 자신을 보고 웃으며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미소를 지어주다 보니 입꼬리가 당겼다. 슬슬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아픈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만지면서 생각할 때였다.
오비토 선생님 아니냐니깐!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에 카카시의 몸이 굳었다. 들키면 안 된다. 그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왱왱 시끄럽게 울었다. 오비토는 재빠르게 카카시의 안색을 살피더니 여, 나루토, 하고 태연하게 그를 맞이했다. 나루토는 사쿠라와 함께였다. 가까이 다가온 둘은 당연하게도 오비토와 함께 있는 카카시에게 관심을 보였다. 누구에요? 묻는 사쿠라에게 친구라는 말을 돌려줬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안녕하세요, 사쿠라라고 해요. 카카시는 예의바르게 인사해오는 제자 앞에서 그것을 무시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 큼, 그래, 안녕? 푸흡. 낮은 톤이었다. 억지로 목소리를 낸 그에게 오비토는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참을 기침으로 위장하고, 끅끅거리며 웃던 오비토가 겨우 그것을 멈췄을 때 녹초가 된 카카시가 제 옆에 있었다.
그것을 다시 한 번 회상하며 오비토는 웃었다. 저렇게 곤란해 하는 카카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인화해온 사진들을 넘기다가, 그는 잠시 반복적이던 행동을 멈췄다. 사진 속에는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에도 불구하고 환히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맨 뒤에 있던 사진을 앞으로 돌렸다. 똑같은 사진이었다.
“아, 아야, 아야. 아파라….”
가발을 벗는지, 렌즈를 빼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목소리가 묘하게 색기를 띠고 있어 오비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사진들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그는 물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빨리 좀 나와 봐, 카카시. 응? 속으로만 재촉했다. 두근두근, 하고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기분 좋았다. 이불 펼까, 말까, 펼까. 펴자.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결론 내린 오비토는 잘 개어져 있던 이불을 조심스레 펼쳤다. 모서리도 꼼꼼하게 정리한 그가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마침 물소리가 멎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확, 당겨지는 느낌에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닦던 카카시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곧이어 부드러운 감촉에 등 뒤에 느껴졌다. 상황파악이 됐을 때는 오비토가 제 위에서 장난스레 웃고 있었다. 그것에 어이가 없어진 그도 하하, 따라 웃고 말았다. 쪽. 카카시. 새카만 점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가 떨어진 입술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은 위쪽으로 올라와 입술을 겹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키스였다. 서로의 혀를 쓸어내리고, 감아 올렸다. 그 끈적한 소리가 작은 방안을 채웠다. 카카시가 두 팔로 오비토의 목을 감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불 꺼, 오비토.
'Naruto >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비카카] 150915 (0) | 2015.10.25 |
---|---|
[시카카카] (0) | 2015.10.25 |
[오비카카] 무제 (0) | 2015.10.25 |
[오비카카] In dreams(150530) (0) | 2015.10.25 |
[오비카카] 무제 (0) | 2015.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