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카카]
“수고하셨어요.”
5카게의 정기 회담이 끝났다. 카카시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피곤하기 때문일까. 시카마루는 그에게 심심한 안부를 전했다. 어제 철야하셨으니까. 산처럼 쌓여있던 서류를 다 처리했다. 그리고 또 회담. 몸을 너무 혹사 시켰다. 그래서 시카마루는 그가 어디서 쓰러지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 동기들에게 토로하면 그들은 ‘처음엔 귀찮아하더니, 착실히 보좌하고 있잖아.’, 하며 시카마루를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오늘은 먼저 가도 돼, 시카마루. 따로 들릴 곳이 있어.”
“…네.”
짐작이 갔다. 아마 그곳이겠지. 일을 끝내고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이 생기면 카카시는 항상 마을 위령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랜 기간. 그렇게.
그럼, 하고 몸을 돌린 시카마루는 잠들어 있는 아스마에게 하얀 꽃을 주기로 했다. 담배도 함께 피워서.
밤이 깊었다. 며칠 비가 오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엔 달이 청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스마의 성묘를 마친 시카마루는 긴 계단을 내려오고, 또 내려왔다. 겨우 지면에 다다랐을 무렵 왼편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달빛이 닿지 않는 캄캄한 곳에서 걸어 나온 건 카카시였다. 힘없는 어깨와, 어딘지 일렁이는 눈동자. 시카마루는 기분이 언짢았다. 조금 쉬면 좋을 텐데.
오, 시카마루. 아직 안 들어갔어? 이 시간까지 뭐하신 겁니까. 알면서 묻고 그러나. 안 피곤하십니까. 별로. 카카시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집에 들어가시면 눈 좀 붙이세요. 음. 그가 시카마루의 시선을 피했다. 시카마루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술이나 한 잔 사겠습니다. 고생하셨잖아요.”
“…그래, 그럼.”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거절을 하지 않았다. 시카마루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아직도.
맑은 일본주가 잔에 소리를 내며 채워졌다. 벌써 몇 번째 잔인가. 카카시는 그것을 또 비워냈다. 그가 시선을 저 멀리 두었다. 밤하늘의 달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그것마저 넘어 무언가를 응시했다. 괜찮습니까? 괜찮아. 카카시가 눈꼬리를 접었다. 괜찮지 않은 얼굴로 괜찮다며 웃었다.
이미 충분히 취하신 것 같은데요. 속으로 생각한 시카마루는 제 앞에 놓인 술잔을 비웠다. 쓰다.
카카시가 술잔을 쥐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왼쪽 눈을 쓰다듬었다. 아직도, 매여 있구나. 이 사람은. 나루토에게서 조각조각 들은 이야기로 추측만 했을 뿐이지만.
“네가, 호카게가 됐으면 나 같은 것보다 더 훌륭하게…, 훌륭한 호카게가 됐을 텐데.”
반문하려던 시카마루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호카게 님. 다급하게 불렀다. 금방이라도 그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카카시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잊을 수 없어. 그가 중얼거렸다. 잊으면 안 돼. 2번이나 날 살려줬거든, 시카마루. 2번이나 그가, 내 눈 앞에서.
“쉬세요.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아냐. 집무실로 갈게. 처리할 게 남았어.”
“호카게 님!”
화들짝. 붉게 달아오른 눈의 시선이 시카마루의 그것과 얽혔다. 쉬세요. 시카마루가 다시 그리할 것을 요구했다. 카카시는 고개를 모로 떨구며 알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낡은 경칩이 끼익,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서늘한 방 안엔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본 시카마루는 삭막하다, 생각했다.
이부자리를 펴고 카카시를 부축해 뉘였다. 고맙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카카시가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미안. 아닙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카카시는 대답 없이 웃었다. 자신이 아무리 일러봤자 그는 또 같은 행동을 할 터이다. 시카마루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상태가 영 안 좋다싶으면 억지로라도 막아야겠지.
“당신을 보좌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주무세요. 시카마루가 덧붙이며 카카시의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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