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묻는 말에 두 명이요, 대답하자 주인은 방을 안내하겠다며 앞장섰다. 꽤 좋은 경치와 한적한 분위기에 카카시는 잘 왔다, 하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났다. 지도가 바뀔 정도로 싸운 그들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닌자 연합군은 해체되었고, 서로 도와가며 마을을 재건축 했다. 점점 전쟁 전의 모양새를 찾아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남은 이들은 그들을 위로했다. 침체된 분위기에서 한 달이 지났다.
이젠 어느 정도 완벽하게 예전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웃고 떠들었으며, 어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거나 휴가를 떠나기 바빴다. 그들 중에는 카카시와 오비토도 있었다.
오비토는 죽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누구도 몰랐다. 카카시는 내심 그 사실에 안심했다. 린을 보러 가야한다며 장난스럽게 던진 오비토의 농담도 그가 살아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온천에 왔으니 탕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어. 열린 커다란 창 밖을 내다보는 오비토를 카카시가 툭툭 쳤다. 유카타를 쥐여 주고 카카시는 오비토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탕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카카시는 그것마저 마음에 들었다. 몸을 대충 헹구어냈다. 후덥지근한 탕의 훈기가 둘을 맞이했다. 좀 뜨겁다, 생각할 정도의 온수가 몸 이곳저곳에 닿아 피로를 풀어냈다. 오비토는 문득 카카시의 상처에 눈이 갔다. 얕게 파여진 X자. 자신이 낸 상처였다. 그는 상처를 시선으로 훑었다. 미안. 조그마한 소리였는데도. 카카시는 용케 그것을 알아듣고 괜찮아, 말해주었다. 상처쯤이야, 금방 나아. 나는 오비토, 네가 돌아온 게 훨씬 기쁜데. 그리고. 카카시는 오비토의 심장에 손을 대었다. 나야말로, 미안.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힘껏 펼쳐, 커다란 자국을 가려보았다. 상처를 볼 때마다 카카시 가슴에도 똑같은 것이 존재 주장을 했다.자신이 만든 상처다, 자국이다. 지워지지 않을 거다, 평생. 카카시는 울고 싶어졌다. 응어리를 속으로 삼켰다. 괜찮아. 오비토가 말했다.
전쟁은 끝났다. 끝난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았다. 너와 나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깊게 파여진 상처는 자국이 남을 것이다.
카카시는 아득해졌다. 공복에 온천에 들어왔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카, 카시…. 요동치는 차크라와 새빨간. 새빨간 피를 토해내는 오비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오비토. 오비토. 오비토. 출렁. 탕 속으로 가라앉으려는 카카시를 겨우 오비토가 잡아냈다.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까맣게 칠해지는 시야에 겨우 오비토를 담아내며 카카시는 눈을 감았다.
카카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유카타를 걸친 채 부드러운 이불 위에 누워있었다. 그대로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는 오비토가 있었다. …거기 뭐라도 있어? 오비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 의미 없는 대답을 하며 카카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골이 울렸다.
오비가 엉망진창이었다. 야, 너 오비 잘 못 매지. 대답 없이 고개를 돌리는 오비토의 모습에 카카시는 실소했다. 오비를 고쳐 매던 카카시의 손이 멈칫했다. 유카타의 오른쪽 부분이 왼쪽 위로 올라와 있었다. 헷갈린 건가. 다시 입으려던 카카시를 오비토가 불렀다. 응? 나도 매줘. 네가 애냐. 카카시는 다시 한 번 웃으면서 그의 오비를 매주었다. 오비토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시선이 신경 쓰인 카카시가 왜, 하고 쏘아붙이자 오비토는 입꼬리를 올렸다. 야하다. 무슨 실없는 소리야.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려던 카카시의 손목을 오비토가 놓아주지 않았다. 오비토. 놔달란 의미를 담아서 그를 불렀지만 완고했다. 카카시는 그것이 불안했다. 왜 그래. 자신을 붙잡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오비토…! 나는. 카카시는 오비토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그보다 더 잘 알았다. 그래서 두려왔다. 말하지 마. 하지 마. 말하지 마. 제발.
“나는 죽었어, 카카시.”
알고 있었다. 오비토는 죽었다. 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고, 죽어버렸다. 자신에게 사륜안을 주고 죽어버린 어린 오비토. 카구야와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오비토. 너는 내 앞에서 두 번이나 죽어버렸다.
오비토는 그제야 카카시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미안해. 오비토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의 몸이 점점 옅어지는 것을 보면서 카카시는 울었다. 왼쪽 눈으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지마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너는 왜 죽어야 했던 걸까. 왜 우리는 싸워야 했던 걸까. 나는 왜 너를 살리지 못했을까. 아, 큭…. 흐으. 자신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았다. 저미는 먹먹함이 괴로웠다. 누군가, 누구라도 좋으니. 아니, 오비토. 뚝뚝, 바닥에 눈물이 떨어졌다. 오비토는 카카시의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고 아스라이 웃었다. 잘 있어. 고해진 마지막 인사에 카카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저, 제 오랜 친구를 보낸다는 사실이 슬퍼서, 울고 또 울었다.
오비토가 사라진 자리에는 서클렛 하나만이 남았다. 유카타의 오른쪽 깃을 매만졌다. 일부러. 카카시는 붉어진 눈으로 그가 있었던 자리를 계속, 계속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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