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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단/중편

[오비카카] 소음

by MaEl 2016. 4. 4.


[오비카카] 소음

 '침묵'의 외전.




 

소리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카카시에게 그다지 대단한 사실이 아니었다. 잊고 지낼 만큼. 정말. 별거 아니었다. 소리를 주기 위해서는 관계가 필요하단 것이 그것을 잊는 것에 한몫했다.

카카시는 손을 들어 오른쪽 귀를 막았다. 가끔 환청이 들리곤 했다. 부작용일까. 상관없었다. 오비토의 오른쪽 귀가 자신의 것이었다는 걸 떠올린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다시 슬퍼졌다. 더는 그에게 소리를 엮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환한 미소가 자신을 향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 -. 오비토는 목을 가다듬었다. 소리를 받은 후로 매일 거울 앞에 서면 확인이라도 하듯 나오는 행동이었다.

,”

. 언제나 뒷말은 마음속에서 완성했다. 할 수 없었다. 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허한 감정은 오비토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 오비, . 점점 또렷하게 들려오는 카카시의 교성이 있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귀를 덮었다. 땀에 흠뻑 젖어서, 붉게 달아오른 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가 있었다. 벌써 한 달 전의 일인데도. , , . 퍼뜩.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이명이 이어지고, 오비토는 다시 침묵을 맞이했다.

 

 

 

?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난 카카시는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감각을 느꼈다. 이제는 잦아든 매미 소리가 들렸다. , 들렸다. 왼쪽 귀를 막아도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에 카카시는 눈을 끔뻑였다. 어째서? 당황함에 물들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자 눈앞에 새카매졌다가, 밝아졌다. 찡그린 눈앞에 오비토가 있었다. 입술을 달싹인 그는 카카시의 공책에 빠른 속도로 휘갈겼다. 소리가 안 들려. ? 카카시가 반문했다. 입 모양을 읽었는지 오비토는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카카시는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소리가 돌아왔다. 오비토는 그것을 다시 잃었다. 소리를 주기 위해서는 관계를 가져야한다. 그 후에 어떻게 해야 하지? 톡톡, 책상을 두드렸다. 강의가 전부 끝난 강의실은 조용했다. 카카시는 알고 있었다. 이 고요함과는 차원이 다른 적막을 오비토는 지금, 겪고 있다는 것을. 그에게 자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전율했다.

 

 

오비토는 카카시의 표정이 희미하게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번째로 만난 침묵은 처음보다 나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카카시를 찾았다. 여름 저녁. 힘을 죽인 햇살 안에서 눈을 뜨는 카카시를 보았다. 오비토는 탄식했다. ‘소리가 아직 자신에게 있었다면. 그대로 묶어둘 수 있었을 텐데. 카카시의 소리는 도움이 됐지만 그뿐이었다. 하얀 머리카락의 끝부분을 응시하고 있자니 카카시가 고개를 흔들었다. 시선을 옮겨 눈을 마주하자 그는 연필을 들어 또박또박 글씨를 써내려갔다. 불쾌하겠지만, 참아.

 

무슨 뜻인지 생각할 새도 없이 입술이 맞닿았다. 의자가 넘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뜨거운 혀가 자신의 입안을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지독히도 무거운 침묵이 카카시에게 넘어갔다. 그의 목을 가두고 아랫입술을 물어뜯었다. . 카카시가 신음했다. 손가락 하나의 거리를 두고 시선을 마주했다. 들려? 오비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들리나 보네. 아무래도 가끔 접촉을 해야 하나 봐. 별거 아니라는 듯 느릿한 목소리로 말하며 카카시는 짐을 챙겼다. 오비토는 묵묵히 지켜보았다. 섹스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필통을 넣고 가방을 멨다. 쓰러진 의자를 바로 세우고 카카시가 등을 돌렸다.

 

이제 노래는 더 안 불러 주는 거야?”

 

푹 잠긴 목소리. 카카시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거 이미 너한테 넘어갔잖아. 대꾸하고 한 발짝 내딛은 순간 팔이 잡혔다. 오비토는 곧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까만 두 눈동자는 자신의 목을 향하고 있어 카카시는 끝없는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을 맛봐야 했다. 도대체 몇 번을 죽이는 걸까.

 

오비토는 날이 선 카카시의 눈빛을 그대로 받아냈다. 쟁반 위를 굴러가던 구슬과도 같았던. 상쾌한 목소리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가 그리웠다. 비틀리고 깨져버린 얼음판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돌아오지 않았다. 끊어진 것을 억지로 닿게 한 카카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었다. 자신은 그를 붙잡을 수단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알고 있던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자 치솟는 자기혐오는 나갈 길을 모르고 아직 옅은 자국이 남은 목을 향했다.

 

카카시가 있는 힘껏 오비토를 밀어내며 읊조렸다. 오지 마. 소리는 형체가 되어. 마치 자동차의 바퀴가 지면에 마찰하는 것처럼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반투명한 칼이 카카시에게 다가가던 오비토의 손을 쳐냈다. 흐르는 피를 멍청하게 쳐다보는 오비토다. 오지 마, 오비토. 더 다가오면. 이번엔 나한테 쓸 거니까.

 

도망가고 있었다. 카카시가. 우리의 거리는 이만큼이야. 얼음길 저편에 선 그가 말하고 있었다. 멀어지고 멀어지다가 겨우 가까워졌는데. 웅웅거리던 것이 한꺼번에 또렷한 형체를 가지고 오비토에게 덤벼들었다.

 

노래 부르지 마. 멈춰. 멈춰! 나만을 바라봐.

오비토, 노래 들어볼래? 내가 줄 수 있어. 소리. 오지 마. , , .

좋아해. 카카시, 좋아해. 노래 부르지 마. 멈춰.

오지 마. 오지 마. 오 지 마.

 

 

시끄러워.”

하하. 오비토가 웃었다. 영문을 모를 그의 행동에 카카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오비토는 팔을 들고, 어중간한 위치에서 귀를 가리듯 손가락을 구부렸다. 시끄러워…….

. 울음기가 섞인 붉은 눈을 찡그리는 것에 카카시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여전히. 그럼에도 여전히. 그가 좋았다. 조각조각 갈라진 관계를 밟고 올라서서, 그것이 발에 상처를 내더라도. 검붉은 핏물 위에 선 자신은 외치고 있었다. 그를 좋아한다고. 뒤틀린 형태라 해도 사랑한다고. 아아. 아무래도 오비토의 소리는 아직까지 자신을 묶어두고 있다.

 

 

* * *

 

가을바람이 도서관 창문을 통과했다. 오비토는 눈을 감고 카카시를 들었다. 그는 소리를 엮어 노래를 만들었다. 잔잔한 허밍. 가사가 없는 음. 짧은 노래를 마치고 카카시는 오비토의 입술을 찾았다.

 

소리 주기 전에 항상 뭐하는 거야?”

비밀.”

 

카카시가 눈을 휘어 웃었다. 오비토는 , 됐어대꾸하며 일어섰다. 한 발짝씩, 서로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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