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사냥꾼 오비토 X 여우카시
01.
풀숲이 우거진 곳에서 유난히 커다란 부스럭거리는 소리. 뒤이어 들리는 동물의 울부짖음. 오비토는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전 놓아둔 덫의 자리를 찾았다. 얕은 냇가에 드리우고 있던 조잡한 낚싯대는 던져 버렸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얼른 풀숲을 해쳐 들어가자 한쪽 발목이 잡힌 새끼 여우가 있었다.
새끼 여우?
폭. 한숨을 내쉬었다. 놓아 줘야지. 녹이 슬어 울퉁불퉁한 덫을 벌렸더니 심하게 맞물린 건지, 파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미안해.”
윗옷 끝을 칼로 조금 찢어 매어주었다. 지혈 정도는 되겠지. 조그만 것이 꼬리를 말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머리를 톡톡 쓰다듬고 낙엽이 쌓인 곳에 놓아주었다.
02.
초겨울. 슬슬 먹을 것을 비축해두지 않으면 겨우내 굶어 죽을지도 몰랐다. 날짜 계산을 잘못하고 산을 2개나 넘어온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 어쩌지. 새 2마리와 작은 물고기 5마리가 전부였다. 인가를 찾으려면 산 하나는 더 넘어야 할 테다.
03.
벌써 눈이 내렸다. 구덩이를 파 그 위에 나뭇가지를 엮어 덮어두었다. 제법 훈기가 도는 곳에서 눈을 떴다, 가 눈 앞에 떨어진 것에 놀라 곧바로 몸을 세웠다. 비탈면을 따라 데굴데굴 내려온 열매들. 의아해진 오비토가 지붕을 들어 올렸더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엎어진 여우가 보였다. 아하. 조그만 몸이라 눈 속에 파묻혀 귀만 쫑긋거리고 있는 것이 퍽 귀여웠다.
가족은? 낯선 소리에 놀랐는지 여우가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물어도 대답 못 하겠지, 하는 생각과는 반대로 여우가 고개를 저었다. ……우연인가. 오비토는 정리해둔 새고기를 작은 여우에게 던져주었다. 그럼 너도 겨울 보내는 게 힘들겠구나. 같이 지내는 건 어때.
연분홍으로 물든 새를 입으로 물고 여우는 슬금슬금 오비토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가 한 걸음 나아가면 닿을 거리에서 여우는 앞발로 생고기를 붙잡고 그르렁거렸다.
“안 뺏어 먹어.”
오비토는 여우의 한쪽 눈에 난 상처를 들여다보았다. 한참 전에 생긴 상처일까. 엉망진창으로 아물어 있었다.
04.
어찌어찌 서로 체온을 나누면서 겨울을 넘겼다. 작은 여우는 그 사이에도 몸집이 제법 자랐다. 눈이 녹고 새싹이 피어오르자 신이 나는지 폴짝폴짝 뛰었다. 다음에는 즐거운 눈 구경을 시켜줄게.
05.
여우가 없어졌다. 낚시를 하다 깜빡 졸았는데. 그 사이에 없어져 버렸다. 뭐 잡으러 갔나? 불안해졌다. 어미도 없고 무리에서도 떨어져 나온, 자그만 아이인데. 어디에서 사냥당한 건 아닌지. 마지막 탄피가 든 총을 잡았다.
06.
캬앙. 다급하고 앳된 울음소리. 오비토는 그것이 새끼 여우임을 직감했다. 커다란 돌을 딛고 재빠르게 올라섰다. 돌무더기 밑으로 굴러떨어진 건지 흙투성이의 몸으로 절뚝거리며 서 있는 여우와 그 앞에 침을 뚝뚝 흘리며 어슬렁거리는 멧돼지. 사격 솜씨가 녹슬지 않았길 바라면서 총구를 겨누었다. 탕! 커다란 소리와 함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07.
여우는 제 옷에 매달려 몸을 굳히고 있으면서도 입에 문 가면을 놓지 않았다. 싸운 것도 그것 때문인가. 피딱지가 앉은 몸을 모피에 감싸두고, 아직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 물을 데웠다. 하얀 김이 오르자 여우를 데리러 가기 위해 뒤로 돈 오비토는 그 자리에 멈추었다.
어린 사람. 소년. ……여우의 귀와 꼬리를 가진.
08.
여우는 웅얼거리며 설명했다. 이 가면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데, 멧돼지가 그걸 가져가려고 했다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다가 비탈길에 떨어졌다고.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가면 하나만 안아 든 소년이었다. 무릎에 든 피멍과 볼에 난 생채기, 여기저기 흙투성이의 모습은 오비토가 여태껏 돌보고 지내온 여우가 맞았다. 오비토가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볼 뿐 이렇다 할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여우는 불안해졌다.
자신을 버리면 어떡하지?
사람이 되면 그와 더 친해질 줄 알았다. 여우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면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스친 발의 상처가 보였다. 꼼지락. 막 자라난 민들레 잎 밑에 발을 숨겼다.
“일단 씻자.”
어쩔 수 없이 슬쩍 웃은 오비토는 여우, 소년을 안아 들었다. 흙이 달라붙은 꼬리가 오비토의 팔을 툭툭 쳤다.
09.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가지고 있던 옷가지를 대충 여우에게 둘러준 오비토는 어린 아이의 옷을 사주기로 했다. 원래 체격보다 커다란 품의 옷을 입고 헤헤, 웃으며 나비를 쫓아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걷는 법이 익숙하지 않은 건지 자주 넘어졌지만. 씩씩하게 바로 일어나 오비토에게 달려왔다. 작은 칼을 손질하고 있던 그에게 와서, 오비토가 두 팔을 벌리면 그 안에 쏙 들어왔다. 오비토의 무릎에 앉아서. 아, 또 다쳤어? 응. 오비토가 약초를 꺼내 으깨어 무릎에 놓아주었다. 얌전히 앉아서 그것이 스며들기를 기다리다가. 오비토가 그의 등을 툭툭 쳐주면 그제야 일어나 다시 뛰어다녔다.
10.
새 옷이 마음에 든 걸까. 딱 맞는 옷을 입은 여우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계속 여우라고 부를 수도 없고.”
이름을 지어줄까, 물으니 마을 어귀에서 본 허수아비가 생각나는지 ‘카카시. 카카시!’하고 연호했다.
“뭐, 이름치곤 너무 소박하지 않아?”
“소박한 게 뭐야?”
음, 그게. 밋밋하고, 수수하다고? 에이. 됐다. 네가 마음에 들면 그걸로 하자. 어때, 카카시.
“좋아!”
환하게 웃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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