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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조각

[오비카카] 151205 나루토 전력60분

by MaEl 2015. 12. 5.


[오비카카] 151205 나루토 전력60.

 



 

후둑. 가늘었던 것이 그 굵기를 더해 우산에 떨어졌다. 자동차들이 웅덩이를 치고 지나가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소년은 커다란 건물 앞에서 기다렸다. 기다렸다. 우산 손잡이를 단단히 거머쥔 오른손은 추위에 발갛게 달아올랐지만. 기다렸다. 거리의 사람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마침내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에야 하얀 머리카락의 소년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이 회전문을 막 빠져나왔다. 오비토다! 소년은 화사하게 웃으며 총총 앞으로 달려나갔다. 젖은 운동화가 철벅이는 소리를 냈다.

 

오비토가 전화를 끊고 막 문을 빠져나왔을 때, 하늘은 무엇이 그렇게 원망스러운지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미처 우산을 챙겨오지 못한 그는 서류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며 속으로 욕을 집어삼켰다. 비오는 날은 싫다. 정말로. 버스 정류장까지의 거리를 재며 오비토는 한숨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소년, 카카시가 내민 작은 손은 오비토에게 닿지 못했다. 오비토는 뛰듯이 걸으며 무심히 소년의 옆을 지나갔다. 한참 기다린 이유를 그에게 건네기도 전이었다. 풀이 죽어 울먹거릴 만도 하건만 소년은 익숙한 듯 해맑게 웃었다. 소년이 뒤로 돌았다.

 

정류장에 들어서 겨우 생긴 천장 아래. 오비토는 가방을 대충 털었다. 그가 타야 하는 버스는 곧 도착임을 알리는 문구가 그의 눈에 스쳐 지나갔다. , 럭키. 저 멀리서 새하얀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오토바이가 달려왔다. 오비토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 오는 날에 오토바이라니. 위험하잖아. 그는 커다란 소음을 내며 지나가는 그것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응시했다. . 오토바이. 오비토는 고개를 저었다.

 

*

 

밖에 비 오잖아! 우산 들고 가!

조심해!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음이 맴돌았다. 이어 그것은 눈으로 옮아 세상이 빙빙 돌게 했다. 차가운 비가 온몸을 때렸다. 아프다. 펴진 우산과 곱게 접힌 우산. 하얀색. 검은색 아스팔트. 빨간 불빛. 초록 불빛. 오비토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의 작은 손이 덜덜 떨렸다.

 

*

 

. 오비토는 눈을 떴다. 자신은 버스 안이었고 한 정거장 후면 내려야 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꼭 비 오는 날이면 악몽을 꿨다. 오늘도 밤을 새워야 한다. 내일 아침에 처리할 서류들을 생각하며 그는 억지로 악몽을 지웠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다. 카카시는 우산을 들고 기다렸다. 손은 여전히 붉었다. 다른 손 역시 우산이 쥐어져 있어 그는 도무지 그것을 따뜻하게 할 수 없었다.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카카시는 기다렸다. 발끝으로 모래 장난을 치며 시간을 얼마나 보냈을까. 끼익, 하는 소리가 카카시의 고개를 잡아끌었다. 오비토가 철문을 열어 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금세 도도도, 달려갔다. 우산!

 

오비토는 커다란 검은색 장우산을 펼쳤다. 그는 기분이 나빴다. 비 때문에 밤을 지새웠는데 새벽이 밝아 와도 그치기는커녕.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정류장으로 향했다. 모자란 잠은 비가 그치면 휴게실에서 보충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커피도 사야겠다.

 

*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어린 오비토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엉엉 울었다. 목 놓아 울었다. 말도 안 돼. 눈물로 범벅된 앞에 카카시가 우산을 들고 있었다. 어딘가 화난 얼굴로 서 있던 그는 검은색 커다란 것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에 젖어 새카매진 아스팔트 위에 하얀 머리카락이 내려앉았다. . 너는. 결국.

 

*

 

비가 잠시 멎어 오비토는 그 사이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언제 다시 내리기 시작한 건지. 오비토는 한숨을 쉬었다.

 

카카시는 또 커다란 건물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렸다. , 투둑, . 떨어지는 빗방울은 우산을 때리며 음악을 만들었다. 카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의 불이 거의 꺼졌다. 오비토가 회전문을 돌아 밖으로 나왔다. 카카시가 그에게 달려갔다. 비 와, 오비토. 우산 가져가! 오비토는 장우산을 펼쳤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마르지 않은 빗물이 튀었다.

 

오비토가 자신을 지나치고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자 카카시는 익숙한 듯 뒤로 돌았다. 언제쯤 우산을 전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