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퇴마하는 카카시.
01.
도망쳐. 소년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도망쳐. 위험해. 달아나야 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경보음이 울려댔다. 꿀렁. 덩어리가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소년은 뒤로 돌아 정신없이 달렸다.
칠흑같이 검은 그것은 커다란 덩치를 가졌으면서 골목길을 재빠르게 휘저었다.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멈추지 마. 뒤돌아보지 마. 점점 서늘한 기운이 자신의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소년은 딱딱한 바닥을 박찼다.
살려줘! 아무도 없어요?! 소년은 당황했다. 달려도, 달려도 길은 끝나지 않았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한계까지 다다른 숨은 소년의 몸을 더디게 만들었다. 누가, 나, 좀.
시야가 낮아졌다. 쓰러진 소년의 몸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넘어지면서 까진 손이 쓰라렸다. 도망, 쳐, 야 하는데. 한 번 풀려버린 몸뚱어리는 다시 힘을 받지 못했다.
잡 았 다
쇳소리. 소년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시선도 바닥에 고정했다. 뼈를 시리게 하는 한기가 그에게 다가왔다. 검은 덩어리가 소년의 왼쪽 발목을 집어삼켰다. 악, 아. 아악. 소년의 손가락이 바닥을 긁었다. 까득 거리며 자신의 몸을 좀먹는 것에 소년이 비명을 질렀다. 아파, 아파, 진짜 이거, 진짜 아파. 누가, 누가 좀. 누가, 살려줘. 발목이 끊어져 나갈 것 같은 끔찍한 감각. 검은 것은 소년의 발목을 집어삼키고 종아리까지 우악스럽게 먹어치웠다.
02.
사제복을 입은 하얀 머리카락의 청년이 소년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청년은 길을 잃었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악령에게 당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꺽꺽대며 넘어가는 소년에게, 청년은 성수를 뿌렸다. 이내 고약한 냄새를 내며 악령이 물러섰다.
악령이 다시 소년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청년은 선을 그었다. 급히 소년에게 다가선 청년은 안쪽에 성언(聖言)이 적힌 붕대를 그의 다리에 감았다. 흐릿한 소년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는 것을 본 그는 조금만 기다려, 하고 악령의 앞에 섰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명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빠르게 어린 소년의 귀를 파고들었다. 불안한 눈빛으로 사제복의 청년을 바라보던 소년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소년의 눈에는 단지 꾸물거리는 새카만 덩어리가 보일 뿐이었지만, 청년에겐 아닌 모양이었다. 음습한 그것에 소년은 꼼짝할 수 없었다.
03.
꼬마야, 다친 덴 어때? 상냥한 목소리가 소년의 귓가의 쇳가루를 털어주었다. 거뭇한 다리를 붕대로 감아준 후에 통증은 많이 줄었지만. 매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낸 청년은 소년의 다리에 조심스레 부었다. 조금 뜨거울 거야. 네?
무릎에서부터 흘러내린 액체는 천천히 소년의 다리를 타고 흘러, 새카만 연기를 만들었다. 끓는 물을 그대로 부어버리는 듯한 느낌에 소년은 눈을 꽉 감았다. 옳지, 잘 참고 있어. 조금만 더. 다 됐다. 청년은 숨을 몰아쉬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다 끝났어. 집이 어디니? 데려다줄게.”
청년이 내민 손을 잡고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흘끗, 뒤를 바라보니 새카만 덩어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04.
카카시! 어디 갔었누, 한참 찾았네! 죄송합니다. 지라이야 사제님.
카카시의 옆에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소년의 존재가 의아한 듯 지라이야는 고개를 갸웃했다. 악령한테 먹히고 있기에 구해줬습니다. 이름이……. 오비토 에요.
“아저씨들은 아까 그 검은 걸 없앨 수 있어요?”
“꼬마야. 그게 보였니?”
오비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라이야는 반색했고 카카시는 한숨을 쉬었다. 영문을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오비토의 작은 손을 잡고 지라이야가 한 번 배워보지 않겠느냐, 물었다.
안 됩니다, 아직 어리잖습니까.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이러는 게 아니냐. 구마 의식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제들도 이제 많이 줄고 있어.
멀뚱히 서 있는 오비토를 내버려두고 한참 말다툼하던 것은 결국 카카시가 져주며 싸움의 막을 내렸다.
오비토는 자신도 그 기분 나쁜 덩어리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들떴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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