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검은 정장, 러시안룰렛, 마약, 와인.
- 취향을 마음껏 들이부은 글.
To. Bojo
캄캄하다. 차갑다. 몸이 들렸다. 딱딱한 것에 앉혀져 뒤로 손을 묶였다. 눈에 덧대어져 있는 까끌까끌한 천의 느낌이 싫어 미간을 찌푸렸다. 큭, 하하. 목 뒤쪽에서 웃는 소리가 단 한 번의 걸러짐도 없이 들렸다. 열기를 품은 손이 잠시 귀 뒤에서 머무는가 싶더니 눈앞을 밝혔다. 갑자기 쏟아진 빛무리에 카카시가 눈을 찡그렸다.
“어서와아.”
끝이 길다. ……했구나. 카카시는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오비토를 응시했다. 나른하게 미소 짓는 그의 눈동자에서 여유가 넘쳐 흘렸다. 그냥 전화기의 단축번호만 눌러 나오라고 했어도 당장에 튀어나왔을 텐데. 패싸움이든, 협상이든, 살인이든, 무엇이 자신의 앞에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오비토가 또 마약에 손을 댔다. 그는 약에 취했을 때마다 카카시를 불렀다. 카카시가 씁쓸한 미소 지었다. 잠깐, 정말 잠깐 머물고 사라진 그것을 본 것인지 오비토가 으응? 하고 또 말을 끌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카카시는 자신의 앞에 자리한 기다란 탁자를 보고 속으로 헛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와인. 잔. 그리고, 리볼버. 그의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하자 오비토가 하하, 하고 또다시 웃었다. 오비토의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그 소리는 끊임이 없었다.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돌리는 듯한. 카카시는 그의 웃음을 그렇게 평가했다. 반질반질한 가죽구두가 시멘트 바닥에 맞부딪혀 뚜벅이는 소리를 냈다. 오비토가 리볼버를 들어 올렸다, 가 투명한 잔에 와인을 기울였다.
새하얀 형광등에 비친 와인의 색은 짙은 붉은 색. 두어 번 잔을 돌려 향기를 맡던 오비토가 그것을 카카시에게 내밀었다. 마실래? 응, 카카시? 번뜩이는 안광. 카카시는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고요히. 오비토의 다음 행동을 기다릴 뿐.
“아, 손이 묶여있었지.”
그럼 내가 먹여줄게. 차가운 잔의 끝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벌려, 카카시. 파랗게 질린 입술이 잘게 떨렸다. 오비토는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달고, 조금은 쓴 와인을 삼키는 카카시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번뜩. 순간, 오비토가 눈을 크게 뜨더니 카카시의 뒷머리를 잡아챘다. 윽, 하고 생리적 고통에 튀어나온 신음. 다물린 그의 입술에 오비토가 가차 없이 잔을 들이대어 부었다. 삼키지 못한 와인이 카카시의 하얀 셔츠에 흘러내렸다. 마셔! 마시라고 준 거잖아? 아깝게 왜 다 흘려…….
쿨럭, 기도로 넘어간 와인에 카카시가 기침을 쏟아냈다. 몸을 숙이고 계속 쿨럭이는 카카시를 보던 오비토는 남은 와인을 전부 그의 입에 머금었다. 겨우 진정된 카카시의 머리를 억지로 올려 입을 맞췄다. 놀라 홉뜬 눈을 한 카카시다. 벌려진 입술 사이로 좀 전과는 다른 온도의 와인이 흘러들어왔다. 포도 향을 머금은 혀가 카카시의 입천장을 긁고 나갔다.
“어때? 맛있지?”
어느새 냅킨을 집은 오비토가 조심스레 카카시의 입 주위를 닦아냈다. 오비토가 더 마실래? 하고 내민 유리잔에 카카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래. 뒤로 돌아 잔을 내려놓는가 싶더니. 쨍그랑! 밀실에 유난히 크게 울리는 파열음. 카카시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오비토의 호흡이 거칠었다.
봤지? 너도 봤지? ……뭘, 말입니까? 너도 봤잖아! 안 그래? 그 새끼. 어?!
짐작도 할 수 없다. 카카시는 입술을 짓씹었다. 우즈마키 말이야. 고해진 이름에 카카시는 한순간 숨을 삼키지 못했다. 갑자기 왜 그런단 말인가. 새파란 어린아이는 들일 수 없다며 돌아가라 이른지 벌써 1주일이었다. 뒤를 밟혔나? 사적인 만남을 몇 번 가지긴 했지만 1시간도 되지 않을 터였다. 카카시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 새끼 눈이 붉게 변하는 걸 봤어. 그렇지?”
“…….”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런 적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대답하면 나루토가 죽을 게 뻔히 보였고, 아니라고 고하면.
“씨발, 왜 대답을 못 해!”
고함과 함께 날아온 와인병이 카카시의 왼쪽 귀를 스치고 벽에 부딪혀 깨졌다. 카카시가 숨을 삼켰다. 오비토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탁자 주위를 불안한 걸음걸이로 돌아다녔다. 봤어. 봤다고. 시발. 그 좆같은 새끼. 감히 누구를.
아. 우뚝. 오비토가 멈춰 섰다. 내가 말이야. 카카시를 돌아본 그의 눈이 느릿하게 뜨였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게 있거든, 말하면서 리볼버를 들어 올렸다. 설마. 카카시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비토가 웃으면서 탄창을 돌렸다. 자, 먼저 네가 해. 묶인 손을 풀고 리볼버를 쥐여 준 오비토다. 차디찬 은색 리볼버를 잡은 카카시의 손이 덜덜 떨렸다. 움찔거리며 굼뜨게 자신의 머리에 가져가자 오비토가 성질을 냈다. 이리 내, 왜 이렇게 느려? 제 머리에 가져다 대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오비토! 카카시의 외침에 공이가 헛때리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주륵, 카카시의 하얀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오비토가 기분 좋은 듯이 입꼬리를 한껏 올려 미소 지었다. 리볼버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커다란 손으로 카카시의 눈물을 쓸어 주었다.
“놀랐어?”
카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비토가 카카시를 껴안았다. 시원한 스킨향이 카카시의 심장 고동을 낮춰주었다. 빳빳한 정장의 느낌도 지금은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 옷 다 더러워졌다. 씻자, 응?
새하얀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내리던 오비토가 그의 귀 뒤, 그리고 목선을 훑었다. 간지러워 카카시가 움찔함과 동시에 강한 충격이 그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어……? 옆으로 쓰러지는 카카시의 시야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자신을 바라보는 오비토가 있었다.
“잘 자, 카카시.”
눈앞이 암흑으로 물들었다.
'Naruto > 조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비카카] 151205 나루토 전력60분 (0) | 2015.12.05 |
---|---|
[오비카카] 퇴마하는 카카시 (0) | 2015.11.01 |
[오비카카] 코스모스 (0) | 2015.10.25 |
[오비카카] 150915 (0) | 2015.10.25 |
[시카카카] (0) | 2015.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