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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단/중편

[오비카카] 너와 나 *04

by MaEl 2015. 10. 25.

[오비카카] 너와 나 *04

-늑대 수인 AU






카카시가 눈을 떴다. 익숙한 제 동굴의 천장이 보였다. 붉은 악몽이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성인식을 마치고, 목걸이를 찾았을 때 없어서. 오비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카카시는 두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눈을 찡그린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카카시는 어렵지 않게 오비토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은 푹신한 천 위에 누워있는데. 짚을 엮은 깔개를 깔고 그 위에 누운 오비토가 카카시 바로 옆에 있었다.

 

또 실수할 뻔 했다. 카카시는 몸을 떨었다. 양 손에 피가 들러붙은 듯 했다. 비린내마저 맡아졌다. 허리에 붕대를 감은 오비토는 옆으로 누워 어린 아이 마냥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붕대에 배어 나온 옅은 핏자국이 카카시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수도 없이 읊조린 언어는 그 색이 바랠 때도 되었건만.

 

으음. 오비토가 몸을 뒤척였다. 똑바로 눕더니 대자로 양 팔을 뻗었다. 그 모습에 헛웃은 카카시의 시선이 오비토의 뺨에 닿았다. 자신의 손톱에 그인 얇은 상처가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조심스레 상처를 더듬었다. 카카시는 몸을 숙여 그것을 핥았다. 가만히 입술을 대었다가, 떼어냈다. 자는 와중에도 간지러웠는지 손을 올려 얼굴을 긁어내리는 오비토에 카카시는 다시 피식, 웃고 말았다.

 

 

? 오비토의 손에 둘러져 있는, 목걸이. 익숙한 모습에 카카시는 급히 그것을 풀어냈다. 틀림없는 자신의 것이었다. 오비토가 찾아준 건가? 나는 그를 다치게 했는데? 울음과도 같은 것이 속에서 올라왔다. 목까지 치고 올라와 숨을 막히게 했다.

 

고마워.”

 

오비토는 언제나 자신을 위해주었다. 짝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을 터인데. 카카시는 그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자신을 비난했다. 감정이 물결쳐서, 더 이상 제 마음 깊숙한 곳에 가둬둘 수 없어서. 카카시는 눈물을 흘렸다. 몇 년 만일까. 그는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훔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오비토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년 전의 자신은 지라이야에게 붙잡혀 카카시의 동굴 앞에 막 도착해 있었다. 도망쳤었지. 오비토는 과거 자신의 불퉁한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 대한 소문은 죄다 안 좋은 것들뿐이었다. 한 달에 한번, 불안정한 그들을 달래는 일은 오비토에게 그다지 큰 일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그들이 발작할 때를 대비해 늘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지라이야는 짝과 친해지면 사라질 불만이라 했으나 이미 가져버린 부정적인식이 쉬이 고쳐질 리 없었다. 그랬었다.

 

카카시! 지라이야가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소리쳐 불렀다. 제 짝의 이름이겠지. 오비토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보기 싫었다. 자신의 자유를 앗아갈 놈.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덜그럭. 동굴에서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늑대족 치고는 무겁고, 어딘가 쓸쓸한 발걸음에 오비토는 귀를 쫑긋거리며 살며시 소리 나는 쪽을 곁눈질 했다.

 

오비토는 흡, 헛숨을 들이켰다. 날개뼈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머리카락에, 왜소한 체구, 머리를 둘러 왼쪽 눈을 가린 붕대. 무엇보다, 지친 듯한 눈. 모든 것에 무심해 보이는 눈이 오비토를 사로잡았다. 지라이야가 그를 툭툭 치며 자신의 짝이라고 소개할 때까지 오비토는 그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켜야한다. 막연한 사명감이 오비토의 전신을 휘어 감았다.

 

하타케 카카시. 그런 이름이라고 했다. 오비토 역시 자신을 우치하 오비토라 소개했다.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보름달이 뜨는 날만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일방적인 말에 오비토는 대답도 않고 멍하니 카카시를 쳐다보기만 했다. 겨우겨우 해석한 오비토는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늘 올 수 있다고 손사래를 쳐가며 부정했다. 그래도 상관없고. 오늘은 일단 돌아가. 음의 고조도 없었다. 오비토가 지라이야를 쳐다보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지라이야는 오비토에게 짝으로써 할 일을 몇 가지 가르쳐주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동굴에 들어가서 카카시를 껴안고 있어.”

?”

타인의 체온을 느끼면 잠잠해지니까.”

 

지라이야가 장난스럽게 씩 웃는 탓에 오비토는 영 미심쩍었지만 알았어요,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금방 찾아왔다. 그 동안 카카시를 찾아가 말도 걸어보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지만 도무지 그가 웃는 모습을 오비토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이쯤 되면 오기로라도.

 

그 날은 카카시가 많이 불안해보였다. 덜덜 떠는가 싶으면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기도 했다. 보름달이 뜰 때 이외에 카카시의 상태가 이상해도,무슨 일이냐고 묻지 말거라. 아마 물어도 대답 안 해줄 거다. 지라이야의 충고를 생각하며 오비토는 자꾸만 무슨 일 있어?’하고 튀어나가려는 물음을 입 안에 가둬두었다.

 

그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는 사이, 달이 떴다.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쓰러지는 카카시에 오비토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의 오른쪽 눈에 의문이 담겼다. 그것을 읽은 오비토는 지라이야 님이하면서 꼭 껴안아야만 했던 사정을 설명했다.

 

, 속은 거야.”

진짜?!”

보통은 그냥 손만 잡아.”

 

그렇구나. 오비토가 멍청하게 중얼거렸다. 그럼 지라이야 님은 왜? 몰라, 그래도 그냥 지금은 이러고 있어. 조그마한 소리로 편안해, 중얼거리는 카카시에 오비토는 제 가슴이 두근 뛰는 것을 느꼈다. 얼굴에 열이 몰렸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카카시가 알아차릴까 노심초사한 그는 억지로 카카시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물어볼 게 있는데.”

무슨?”

그거, 눈 말이야 왜 다쳤어?”

 

카카시는 침묵했다. 오비토는 그가 제 품안을 벗어날까 덜컥, 겁이 났다. 자신의 걱정과는 다르게 카카시는 미동조차 없었다. 오비토에게는 영겁 같은 시간이 흘렀다. 부엉부엉. 다른 곳에 정신을 내던지기 위해 노력하던 그의 귀에 미성이 흘러들어왔다. 내가 그런 거야. ? 내가 그런 거라고. 이제 더 이상 묻지 마. 싸늘하게 대화의 끈을 끊어버리는 것과 다르게 쓸쓸하게 젖은 카카시의 눈을 보는 순간, 오비토는 다시 굳건히 다짐했다. 자신이 꼭 지키겠노라고. 그가 카카시를 힘주어 껴안았다.

 

 

 

그 후로 뺀질나게 드나들면서 관계를 호전시켜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 오비토는 카카시가 처음으로 웃어준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물구나무를 서서 가던 중에 미처 나무를 보지 못하고 부딪혀 쓰러진 때였다. 아픈 것도, 쓰라린 것도 잊고 푸하핫, 웃어대는 카카시를 봤었다. 그게 너무 예뻐서. 너무나도 반짝여서.

 

 

그런데 말이야. 오비토는 조금 다른 카카시를 보고 싶었다. 무심한 것보다, 짜증내는 것보다, 웃는 것보다. 조금 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줄 아는. 성인이 되어가면서 아니,그렇기 때문에 그런 걸까. 오히려 꾹꾹 눌러 담는 느낌이라, 오비토는 그것이 싫었다. 어렸을 때는 눈동자에 다 드러냈으면서. 지금은 미약하게 흔들리는 그의 시선으로밖에 카카시의 기분을 짐작할 길이 없다.

 

오비토는 카카시가 울길 바랐다. 펑펑 울어버리길 바랐다. 자신의 억지에 웃는 것보다, 울기를. 다 울고 훌훌 털어 내버리기를. , . 그래, 이렇게. 이렇게?

 


 

오비토는 눈을 떴다. 뻑뻑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흐릿했던 시야가 밝아지자 두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옆에서 울고 있는 카카시가 보였다. 뚝뚝 눈물을 흘리는, 카카시. 제대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그저 아주 조금씩 내뱉고 있었다. 오비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구리에서 둔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카카시가 오비토를 눈치 챘다. 발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카카시가 오비토는 사랑스러웠다.

 

울어. 소리 내서 울어, 카카시.”

 

오비토가 카카시를 꼭, 껴안았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고 고동이 전해졌다. 오비토는 카카시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카카시가 크게 숨을 들이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엉엉 울었다. 보는 사람이 더 서러울 정도였기에 오비토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자그마치 5년분의 울음이었다. 그리움이었다. 후회였다.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목소리가 쉴 정도로. 카카시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오비토는 마주 안은 두 팔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 이제 웃어줘. 눈물을 닦아내려고 눈을 부비는 카카시에게 오비토가 요구했다. 웃어달라고. 너무 울어 따가운 눈으로 카카시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오비토를 노려보듯 쳐다봤다. 오비토가 하하, 웃었다. 그 역시 빨개진 눈으로 웃는 모습이 퍽 우스웠다.

 

방금 꿈을 꿨어. 거기서 카카시, 네가 웃는데 너무 예쁜 거 있지.”

…….”

거기서 깨달았어. ,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난 카카시에게 반했구나, 하고.”

무슨 소리야.”

웃어줘, 이제부터. 계속.”

 

내가 웃게 해줄 테니. 덧붙이며 오비토는 카카시의 이마에, 눈에, 코에 입 맞추었다. 그것에 카카시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지금 오비토는 짝사랑을 하겠다, 선언했다. 일생에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맹약을 지금, 자신에게.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지라이야에게 물었었다. 오비토는 왜 자기 인생까지 버려가며 자신을 챙기는 거냐고. 다른 짝들은 안 그런다고. 그러자 지라이야는 글쎄, 왜 그럴까? 네가 엄-청 좋은가보지? 하며 씩, 웃었다.

 

오비토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단지, 일부러 무시해왔다. 그의 감정이든 자신의 감정이든. 또 쉬이 곁을 허락했다가는 미나토처럼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겨우 그쳤던 눈물이 또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장본인보다 그것에 더 당황한 오비토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어그러진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서 웃었다. 고개를 젖히고, 푸하하 웃어댔다. 하하, 아하하! 바보 같아!

 

별 걸 다 해본다. 울면서 웃어보고. 카카시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신 제 앞에 자리한 이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 오비토. , . 카카시는 천천히, 느긋하게 오비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오비토가 했던 것과 똑같이 이마, , 코 순으로 입을 맞추어갔다. 카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음성이었다. 잠깐 입술을 떼고 살풋 웃은 카카시는 오비토의 입술에 제 것을 내렸다. 포개기만 한 가벼운 키스였다. 어느새 오비토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좋아해. , 알아. 좋아해, 카카시. 나도 좋아해.

 

 

동굴 앞 커다란 바위 위에 작은 도토리가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나뭇잎 사이를 내달리는 바람의 소리가 시원했다. 그 모든 것이 오비토와 카카시를 축하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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