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너와 나 *02
-늑대 수인 AU
안 힘들어? 힘들어. 오비토와 카카시는 흙바닥 위에 나자빠졌다. 물에 젖은 옷이 금방 더러워졌다. 체온이 높아 얇은 바지와 웃옷을 입은 것이 다였지만. 계속 달라붙는 것이 거슬린 오비토는 조끼마저 벗어던졌다. 따뜻한 햇살에 카카시는 눈을 감았다. 양팔을 쭉 뻗고 빛을 만끽했다.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가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수풀로 우거진 곳을 통과하면, 커다란 바위 위에 네가 있을 터인데. 너는, 지금.
카카시가 일어나 앉음과 동시에 오비토의 배에서 커다란 소리가 났다. 오비토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랐다. 카카시가 빤히 자신을 바라보자 도리어 큰 소리를 쳤다. 밥 안 먹냐! 먹을 거야. 빠, 빨리 안 가고 뭐해! 갈 거야. 말까지 더듬는 그를 보면서 카카시가 피식, 실소했다. 그걸 또 어떻게 알아챘는지 금방 웃지 마! 하고 오비토가 외쳤다. 알았어, 알았어.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카카시는 어제 잡은 사슴의 고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나면 곧 성인식이다. 신성한 의식이니 뭐니 하면서 매달 열리지만 카카시는 귀찮기만 했다. 무엇보다 이번 의식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했다. 물론 달이 뜰 때까지 성인식이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오비토가 계속 옆에 있어주겠지만. 불안감에 심장이 뛰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목걸이를 만졌다. 매끈한 도토리가 손 안에 감겼다. 구시렁거리며 잰걸음으로 자신의 앞을 나아가는 오비토가 눈에 들어왔다. 목걸이에서 손을 뗐다.
물에서 놀 때만해도 좀처럼 가지 않았던 시간은 점심 후에 화살처럼 흘러갔다. 적어도 카카시에게는.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집합을 알리는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비토의 제안 아닌 제안으로, 번갈아가며 돌을 쌓던 둘의 눈이 마주쳤다. 오비토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반짝였다. 카카시는 듣지 않아도 그가 ‘드디어!’하고 소리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비토가 카카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카카시는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일족 대부분이 커다란 공터에 모였다. 탁 트인 하늘이 보였다. 구름이 자리를 옮겨가며 점점 어두워졌다. 비가 올지도 몰랐다. 공터 한 가운데에는 장작이 쌓여있었다. 불을 붙이면 의식의 시작이다. 카카시는 반대편에 있는 야마토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야마토도 마주 흔들어주었다. 쟤도 오늘 성인식해? 아닐걸. 그래? 안심한 듯한 목소리였다. 둥둥. 북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카카시는 잠시 그것에 귀를 기울였다. 심장 소리와 북소리가 겹쳤다.
오비토만큼은 아니지만, 카카시는 나름대로 성인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성을 잃는 일이 성인에게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제 몸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감각은 끔찍한 것이었다. 보이는 것은 그대론데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기 멋대로 튀어나온 손톱이 보이는 이의 살을 갈랐다. 쓰러지는 것을 받아주고 싶은데 무정한 몸은 그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지라이야가 오비토와 카카시를 불렀다. 그는 옷을 들고 있었다. 자, 이걸로 갈아입으렴. 그런 말투 하지 마요. 툭 쏘아붙이는 오비토에게 카카시는 공감했다. 지라이야는 토끼털 조끼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카카시는 입고 있던 반팔을 벗고 조끼를 걸쳤다. 목걸이도 빼서 옷과 함께 두었다. 오비토는 어색한지 몇 번 옷을 매만졌다. 화악, 장작에 불이 붙었다. 기세 좋게 타오르는 것에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오비토가 침을 삼켰다. 카카시. 가라앉은 목소리에 카카시가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무엇인가 말하려 입을 연 오비토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카카시 역시 캐 물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두었다.
불이 커다랗게 타올랐다. 카카시와 오비토는 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북의 소리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타닥. 타오르는 소리가 유난히 선명했다.카카시는 빨간 불길을 계속 응시했다. 춤을 추듯 일렁이는 그것 사이로 오비토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보였다. 둥. 둥. 둥. 채가 북의 가죽을 거세게 내리쳤다. 장단이 점점 빨라졌다. 오비토와 카카시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일순, 북 소리가 멎었다. 둘 역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고요했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순간, 돌풍이 불었다. 하늘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던 불길이 훅, 그것의 세기를 줄였다.
지라이야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에게서부터 퍼져 이내 사방을 매웠다. 의식이 끝났다. 오비토는 한숨을 쉬었고, 카카시도 마찬가지였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함을 느낀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라이야가 숯을 탄 물을 모닥불에 뿌렸다. 좀 큰 것 같아? 헛소리 하지 마. 카카시는 벌써부터 제 머리에 손을 올려 키를 어림잡는 오비토를 외면했다. 내일부터 똑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몇 십번 받을 것임에 틀림없다.
없다. 없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카카시는 당황했다. 의식이 끝나고 축제가 벌어졌다. 먹음직스런 음식들이 날라졌고 사람들은 즐겼다. 오비토와 카카시도 그 무리에 껴서 축하를 받았다.
소나기가 내렸고, 해가 완전히 지기 전 빨리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 카카시는 벗어두었던 옷을 찾았다. 옷은 그대로였지만 문제는 목걸이였다. 분명히 옷 위에 올려뒀는데.
“뭐 찾아?”
“목걸이가 없어.”
“그, 도토리?”
“응. 봤어?”
아니. 대답하면서 오비토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구름에 가려진 해가 지고 있었다. 곧 완전히 보름달이 뜰 텐데. 초조해졌다. 카카시, 내일 찾자. 곧 해가 저물…. 알고 있어!오비토는 뒤로 물러섰다. 이렇게까지 큰소리치는 카카시는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목걸이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비토는 그것이 조금 씁쓸했다. 누구한테 받은 거 길래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 꺼내지 못한 말은 입 안에서 맴돌았다. 대답을 들으면 한동안 재기불능일거야. 카카시랑 같이 못 있을 거고. 그러니까 물어보지 않을래. 오비토는 자기합리화에 애를 썼다.
“카카시!”
“알아. 안다고!”
그치만! 카카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찾지 않으면. 카카시는 숲이 우거진 쪽으로 달렸다. 만약 돌풍에 날아갔었다면 필시 이 쪽이다. 귀에 스치는 바람이 서늘했다. 심장이 요동쳤다. 머리에서 당장 오비토와 동굴에 틀어박히라고 소리쳤다. 카카시는 입술을 짓씹었다. 날카로운 송곳니에 그것이 찢겼다. 비릿한 피 맛을 느끼면서 그는 달렸다.뒤에서 오비토가 쫓아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있었다.
카카시! 오비토는 목이 터져라 그를 불렀다.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숲 속으로 달리는 그를 무작정 쫓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면서 오비토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카카시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안 돼. 싫어.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던 미약한 햇빛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뒤에서 오비토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목걸이, 찾아야 하는데.
카카시가 휘청, 하고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오비토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카카시의 눈동자가 빨갛게 물들었다. 송곳니는 길어졌고 손톱이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오비토는 황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속에서 처연하게 빛나는 보름달이었다.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제 귀에 꽂혀들었다. 카카시와 오비토의 눈이 마주쳤다. 등골이 오싹했다. 무감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오비토가 뒤로 한발자국 물러서자마자 카카시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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