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너와 나 *01
-늑대 수인 AU
꿈을 꿨다. 너의 꿈이었다. 검붉은 색의 액체를 토해내는 너는 황망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온 나의 손은 너의 배를 관통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너의 목을 물어뜯었다. 비릿한 그것은 목을 타고 속으로 넘어갔다. 비로소 올려다 본 하늘에는 커다란 보름달이 걸려있었다.
이른 아침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서 깬 오비토는 푸른 숲 속을 달렸다. 스쳐지나가는 녹색이 오비토의 눈동자에 닿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카카시의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카카시보다 자신이 먼저 일어나는 일은 드물었기에 오비토는 히죽,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오늘이 성인식 날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식을 기점으로 부쩍 성장하는 일족이여서 자신의 작은 키가 마음에 들지 않은 오비토는 성인식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쫑긋. 두 귀를 세우고 동굴 안의 기척을 살폈다. 숨을 죽이고 눈동자를 굴리기를 얼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오비토는 당당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듯 미동도 않고 누워있는 카카시가 오비토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떻게 깨울까. 고민하던 오비토의 얼굴에 장난기가 스몄다.
카카시는 잠에서 깼다. 언제나 시달리는 악몽은 오늘도 여전히 그를 찾아왔다. 눈을 뜬 그는 제 얼굴 바로 앞에 자리한 오비토의 모습에 굳고 말았다. 뭐야, 비켜. 오비토 역시 카카시가 갑자기 깨어난 것에 놀랐는지, 카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그에게 핀잔을 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누워있던 곳에서 일어난 카카시는 자신의 얼굴에서 축축함을 느끼고 오비토를 바라보았다. 오비토. 낮게 으르렁 거리자 오비토가 수줍은 소녀처럼 헤헤, 하고 웃었다. 내가 핥지 말라고 했지. 아니, 그게. 카카시는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눈빛으로 머뭇거리는 오비토를 응시했다. …그냥 그렇게 되더라고. 뭐? 미안.
어렸을 때는 자주 그랬으면서. 오비토가 툴툴거리자 카카시는 다시 그를 노려보았다. 그 기세에 눌린 오비토가 알았어…, 하며 시선을 돌렸다. 약이라곤 험한 절벽에서 구한 약초가 전부였기 때문에 자잘한 상처는 서로 핥아주곤 했다. 그것도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사라지는 일이었다.
카카시가 샘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동굴을 나오기 전 입구에 새겨진 빗금이 오늘로 15개가 되었다. 왜 굳이 보름달이 뜨는 날에 성인식을 해야 하는 것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 늦추면 안 되겠냐고 장로, 지라이야에게 사정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폭포를 타고 내려온 깨끗한 물을 안은 샘은 저 밑바닥의 조약돌마저 보여주었다. 부드러운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을 바라보던 카카시는 퍼뜩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깨닫고 두 손을 모아 차가운 물을 가득 담았다. 세수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몸을 숙이자 웃옷 안에 집어넣어놨던 목걸이가 흘러내렸다. 이런. 고였던 물이 대부분 카카시의 팔을 타고 떨어졌다. 작은 도토리를 얇은 실에 꿰어놓은 목걸이였다. 그는 도토리를 만지작거렸다. 강하게 그것을 쥐었다가 다시 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미안, 카카시.”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오비토가 귀를 축 늘인 채 사과했다. 됐어. 좋든 싫든 같이 다녀야 하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발끈하는 오비토에게서 눈을 돌린 카카시는 마저 씻기 위해 다시 물을 손 안에 담아 올렸다.
속히 늑대인간이라고 불리는 자신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특정한 날에 이성을 잃느냐, 그렇지 않느냐. 카카시는 잃는 쪽에 속했다. 오랫동안 피를 본 일족은 대책을 강구했다. 두 부류가 짝을 지어 활동한다. 그것이 그들이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었다. 그래서 카카시는 오비토와 함께 행동하게 되었다. 오비토가 눈이 뒤집힌 카카시를 제어할 수 있다는 소리와도 일맥상통했다.
이성을 잃는 특정한 날.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첫발현은 9세 전후. 밝은 달이 하늘을 메울 때면 숲 속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짝과 함께 어딘가에 틀어박히기 때문이었다. 욕망만을 추구한다. 그것은 폭력적인 형태로든, 성적인 형태로든 배출될 수 있었다. 달이 떴을 동안의 기억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동류들은 짝과 함께 있다고 해도, 만에 하나 실수를 저지를 것을 대비해 인적이 드문 곳에 숨었다.
성인식은 간략하게 진행될 것이다. 털이 달린 전통 옷을 입고 불 주위를 한 바퀴 돌면 끝이었다.
“오늘만 지나면 나도 정식 사냥에 나갈 수 있어!”
키도 클 거라구. 비장하게 덧붙이는 오비토를 보며 카카시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씻기나 해. 카카시가 이르며 오비토를 샘 쪽으로 밀었다. 갑자기 몸의 중심이 바뀐 그는 그만 시원하게 샘에 고꾸라졌다. 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물속에 잠겨버린 오비토를 보며 카카시는 그를 딱하게 여길 뿐이었다. 허우적거리며 수면 위로 나온 오비토는 그 자리에 서서 야! 하고 크게 소리쳤다. 카카시가 심드렁할 뿐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자 울컥한 오비토가 그에게 물을 퍼 올렸다. 어린 나이치고는 팔 힘이 좋은 탓인지 꽤 많은 양의 물이 카카시에게 튀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카카시는 머리부터 흠뻑 젖고 말았다. 꼴좋다며 웃는 오비토에게 카카시는 서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샘에 뛰어들었다.반동으로 튄 물에 오비토가 눈을 감은 사이, 카카시가 재빨리 그에게 물을 밀어 올렸다. 감은 눈을 채 뜨기도 전에 물세례를 받은 오비토가 비틀거렸다. 겨우 중심을 잡고 물을 털어낸 오비토는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카카시와 눈이 마주쳤다. 해보자는 거지? 얼마든지. 그것이 신호였다.
정오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추어 내렸다. 튀어 오른 물방울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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