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카카] 너와 나 *03
-늑대 수인 AU
날카로운 손톱이 오비토를 겨냥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그는 몸을 젖혀 가까스로 그것을 피했다. 붉은 눈동자가 오비토의 뒤쪽으로 잔광을 남겼다. 스치기만 했는데 날카로운 손톱은 오비토의 뺨에 얇은 생채기를 내었다. 어떻게 타이밍을 잡는담. 흥분하는 늑대를 가라앉히는 일은 일단 상대를 잡기만 하면 물고기를 낚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으르렁.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와 한껏 드러난 날카로운 송곳니. 대치상태가 계속됐다. 오비토는 조심스럽게 발을 한 발, 앞으로 내딛었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카카시는 크왕! 울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 오비토는 카카시의 오른발 바로 옆에 있는 것에 시선이 갔다. 저거. 카카시가 찾던 거 아냐. 저것만 아니었으면 이 상황까지는 오지도 않았다. 동굴에 박혀서 카카시를 안고만 있으면 되는데. 오비토는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원망했다. 카카시와의 첫 만남 때부터 오비토의 신경에 거슬렸던 목걸이였다. 성한 군데가 없는 작은 몸집에, 소중히 지닌 도토리 목걸이.
훅. 목걸이에 정신이 팔린 오비토의 눈앞으로 빠르게 카카시가 다가왔다. 이런. 낭패다, 숨을 들이 킨 순간 카카시의 오른손이 오비토의 옆구리를 찢었다. 엄습해오는 격통에 오비토가 신음을 집어삼켰다.
“야…, 그래도, 잡았…다.”
오비토는 자신의 피가 떨어지는 그의 오른손을 붙잡고 씩 웃었다. 있는 힘껏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카카시의 등을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려 주면서 평소와 같은 말을 읊조렸다. 괜찮아, 끝났어. 좀 쉬어.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경직된 카카시의 몸이 점점 힘을 잃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은 오비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축 늘어진 카카시에 그가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큰 일이 해결되고 나니 찢어진 옆구리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했다. 와 씨, 진짜 아파. 오비토는 카카시를 잠깐 나무에 기대여 앉히고 차마 갈아입지 못한 자신의 의식용 조끼를 길게 찢어 옆구리를 지혈했다. 금세 피가 배여 나오는 것에 혀를 찼다. 아까 봤던 목걸이도 잊지 않았다. 그것의 줄을 대충 팔에 둘둘 감아 놓고 다시 카카시를 업었다. 뭐가 이렇게 가벼워. 투덜대며 왔던 길을 돌아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곳곳에 돌이 가득한 숲길을 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피해 일부러 찾아둔 길이었다. 카카시는 곧 만날 이의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를 만난 것은 5년 전 겨울,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이었다. 즐겨먹던 열매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카카시는 나뭇잎을 뚫어버릴 듯, 세찬 비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조그만 붉은 열매를 따다가 인간들이 드나드는 길목까지 와버린 카카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른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래, 차가운 비를 맞으며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아직 10살 이었던 카카시는 힘겹게 그를 끌어 커다란 바위 뒤에서 비를 피했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에 혹시라도 죽었나, 걱정된 카카시는 가만히 그의 심장에 귀를 댔다. 두근. 미약하게나마 뛰는 그것에 카카시는 일단 안심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구했으니 죽으면 안 된다. 그런 일념으로 비가 그치고 해가 뜰 때까지 그를 지켜보았다.
겨우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그는 자신을 미나토라고 소개했다. 카카시의 귀와 꼬리를 본 그는 잠깐 머뭇거렸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늑대 인간이구나, 이름은? …카카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대답을 망설인 끝에 이름을 말하자 미나토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돼. 부드럽고 따뜻한 그 미소에 카카시는 무의식적으로 끌렸다. 그래서 카카시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칭하며, 미나토가 그에게 가끔 여기서 볼 것을 권유했을 때, 카카시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항상 자신보다 먼저 나와 있던 미나토가 보이지 않았다. 좀 늦나. 커다란 바위 위로 폴짝 뛰어올라간 그는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와 만난 지도 벌써…. 고개를 끄덕이며 일수를 세던 카카시가 많이 만났어, 한마디로 일축하며 이내 그것을 포기했다. 미나토와 나눠 먹기 위해 따온 열매가 짓무를까, 조심스레 손에 감싸온 것을 열어보았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땄던 것과 같은 것이다. 잘 익은 것만 골라 따왔다. 해맑게 웃으면서 다시 작은 두 손으로 붉디 붉은 것을 소중하게 감쌌다.
카카시는 꼭 모아두었던 두 손을 허벅지에 힘없이 떨어트렸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은 안 오는 걸까. 돌아가야지. 계속 기다렸는데. 그의 귀와 꼬리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한참동안 열매를 쥐고 있던 손엔 달큰한 향내가 배였다.
부스럭.
“카카시, 아직 있어?”
숨을 고르는 소리와 함께 수풀 속에서 미나토가 나타났다. 금세 카카시의 얼굴엔 미소가 걸렸다. 왜 이렇게 늦었어? 미나토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멋쩍게 웃으며, 카카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펴봐. 눈 감고. 카카시는 귀를 쫑긋거리며 곧이곧대로 그것에 따랐다. 가벼운 무엇인가가 손바닥에 닿는 것을 느끼고 그는 눈을 떴다. 부드러운 갈색의 도토리가 얇은 줄에 꿰여 있었다. 이게 뭐야? 카카시가 눈으로 묻자 미나토는 그걸 만드느라 늦었노라, 고 말했다. 예쁜 도토리를 찾을 수가 있어야지. 덧붙이며 그는 카카시의 목에 그것을 걸어주었다. 고마워. 한손으로 도토리를 꼭 쥔 채, 눈꼬리를 접어 수줍게 웃으며 카카시가 미나토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아.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카카시가 자신의 손을 미나토에게 뻗었다. 미나토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내밀자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던 열매를 전부 그 손에 놓았다. 작은 열매가 후두둑, 미나토의 손 안으로 떨어졌다. 미나토가 웃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카카시도 따라 웃었다.
사건은 항상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 하고 카카시의 심장이 요동쳤다. 어? 숨이 거칠어지고 시야가 발갛게 물들었다. 미나토가 다급하게 카카시를 불렀다. 당황한 미나토의 손에서 열매가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이 카카시에게는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 크게 뜨인 그의 두 눈이, 제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그의 두 손이. 아, 흐려져 간다. 깜빡. 천천히 감았다가 뜬 카카시의 눈에는 새하얗게 질린 미나토의 얼굴이 담겼다. 그리고. 자신의 손은 그의 배를 관통했다.
새빨간 액체가 카카시의 손을 더럽혔다. 시야가 온통 붉은 색인데도 왜 그것만큼은 그렇게 잘 보이는 건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미나토는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후회, 하는 거야? 나랑 놀아준 걸?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카시는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 마치 한 마리의 야생 늑대처럼. 제 앞에 쓰러진 미나토의 목을 물어뜯으면서 카카시는 차라리 제정신이 아니길 바랐다. 죽도록 바랐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물질의 감각이 소름끼쳤다. 제대로 울 수도 없는 신체를 가지고 카카시는 울었다. 절규와도, 울부짖음과도 같은 그것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된 카카시는 주저앉은 채 고개를 들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붉게 물들어 버린 손을 보면서 그는 덜덜 떨었다. 흙을 흥건하게 물들인 미나토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이 죽였다. 틀림없는 자신이었다. 마음껏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누군가가 제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살려줘. 죽을 것 같아. 숨을 쉴 수가 없어. 누군가,누군가 나 좀. 미나토가 죽었어. 죽였어. 내가, 내가 죽였어. 미나토. 미안. 정말 미안해….
길고 날카로운 손톱에 살점이 박혀있었다. 자신은 지금 무엇을 봤지? 어째서 기억이 생생한 걸까. 보지 못했으면. 기억하지 못했으면. 떨리는 손의 손톱을 세워 자신의 눈에 가져다댔다. 그대로 그것을 그어내리자 살을 째는 고통이 그를 덮쳤다. 뺨을 타고 피가 흘렀다.
시린 보름달이 커다랗게, 하늘에 박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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