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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단/중편

[오비카카] 고등학생 AU

by MaEl 2015. 10. 21.


[오비카카] 고등학생 AU



 

 

, . 얼굴이 그게 뭐야.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정작 불린 사람은 너무나 평안한 표정으로 왜? 대답하며 턱을 괴었다. 카카시! 그것에 안달 난 오비토는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높였다. 결국 엄한 선생님에게 걸려 복도 밖으로 나간 그는 불퉁한 표정으로, 쉬는 시간을 틈타 다시 교실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카카시는 상처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러 가지를 캐묻는 오비토에게 눈웃음을 고수하며 그를 가볍게 툭툭 칠 뿐 이었다.

괜찮냐? 만지지마, 따가워. 얼굴 여기저기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밴드에 손을 대려던 오비토는 알았어, 하고 손을 내렸다. 왼쪽 눈에 안대까지 한 걸 보니 보통 싸움은 아니었겠구나, 그는 지레 짐작할 뿐이었다.

 

 

첫인상은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얼굴도 잘났고, 머리도 좋다. 거기에 여자들에게도 인기 많은, 한마디로 재수 없는 녀석. 그럼에도 그 어떤 여자와도 사귀지 않는 분에 찬 놈. 같은 반, 어쩌면 전교생의 남자가 그를 적대시할 터였다. 물론 오비토도 그 중 한명이었다.

 

한날 카카시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학교에 왔다. 오른팔에는 깁스까지 했다. 그가 싫기 이전에, 반 친구로서 걱정이 된 오비토는 물었다. 괜찮으냐고. 카카시는 조금 머뭇거리다 음, ,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더랬다. 그게 너무 안쓰러워보였다. 말로는 차마 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아 불안했고, 그래서일까 얇은 손목을 붙잡아 제 품에 힘껏 끌어안고 싶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흔한 조심해조차. 무언가 뜨거운 것이 자신의 목에 걸려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한참 만에 겨우 쥐어짜낸 말은 그래였다.

그 이후로 오비토는 카카시가 신경 쓰였다. 그리고 점점 불안해졌다. 카카시는 언제나 자잘한 상처를 달고 있었고, 그의 헤픈 웃음은 자신을 숨기는 방패에 불과한 것을 오비토는 알았다. 그는 카카시가 위태로워 보였다.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 십상이라. 오비토는 카카시를 미워했다가 금세 신경을 쓰게 된 것만큼이나 쉽게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간단해서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조금씩, 조금씩 불어난 마음은 오비토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친구들과 놀고 있어도 카카시가 보이면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뿐이었다. 그런 것들이 꽤나 노골적이었는지 오비토의 친구들이 알아차릴 정도였다. , 오비토. 카카시 좋아하냐? 뭘 그렇게 소녀처럼 보고 있어? 아니거든,하고 그때마다 큰 소리로 부정하기 일쑤였다. 속으로는 카카시의 반응이 신경 쓰여 죽을 정도면서.

 

 


카카시는 자주 하늘을 보았다. 이 시에서 화자는 하늘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보고 있죠. 조용조용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오비토는 그에게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닫힌 유리창 너머로 푸른 하늘을 보고 있는 카카시. 그런 그를 지켜보는 자신. 조금 우스워진 오비토는 톡톡, 샤프를 교과서에 두어 번 두드렸다.

 

오비토가 카카시에게 말을 건 것은 1달 같은 1주일이 지난 후였다. 카카시에게 휘둘리는 자신이 한심하고 답답해서 옥상 문을 열었을 때, 몸을 대자로 뻗고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 그가 보였다. 뭐해? 정말, 무심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카카시는 고개만 돌려 오비토를 보더니 어, 안녕, 오비토, 하고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오비토는 그가 보는 것이 궁금해 하늘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구름이 몇 개 떠다닐 뿐 그가 넋을 놓을만한 무언가를 찾지는 못했다.

 

항상 뭐 보는 거야.”

 

으으음. 말을 늘이며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는 듯 했다. 구름? 끝이 올라간 대답에 오비토는 뭐야 그게, 하고 대꾸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에 카카시가 끄응 소리와 함께 허리를 세웠다. 손을 땅에 짚은 채로, 그는 오비토와 눈을 맞췄다. 카카시의 왼쪽 손이 느릿하게 오비토의 얼굴에 닿았다. 이거, 화상자국? , . 오비토의 오른쪽 얼굴엔 어렸을 때 입었던 커다란 화상자국이 옅게 남아있었다. 기다란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는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꽃 같다. 자국의 가장자리를 따라 그려보던 카카시가 말했다.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순간 오비토의 머릿속에 지난 1주일의 행적이 흘러갔다. 눈치 챈 걸까. 오비토는 일단 부정했다. 그래? 카카시의 대답이 오비토에게 닿았을 때, 그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한 촛불로 형상화 됐다. 가슴이 저릿했다. 아마 순전히 충동이었겠지. 오비토는 나지막이 좋아해, 하고 중얼거렸다. 들릴까 말까한 소리였지만 바람에 가볍게 실려 간 말은 카카시의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갔다.

 

그럼, 사귈까.”

 

카카시가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예쁘게.

 

 

 


그 후로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그렇다 이렇다 할 진전도 없었다. 카카시와 얘기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고, 그만큼 자주 말싸움을 하게 된 것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불안했던 걸지도 몰랐다. 그는 정말 나를 좋아하나?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사귀자고 한 것뿐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한없이 이어졌다.

 

오늘 너네 집 가도 되냐.”

? 뭔 짓 하려고.”

무슨 짓! 아니, 그냥.  게임?”

그래라, 그럼.”

싱거운 자식, 덧붙이면서 카카시는 다시 숟가락을 들어 국을 떴다. 오비토는 그런 그를 잠시 지켜보다 이내 자신도 젓가락을 놀렸다.

 

카카시의 집은 학교에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부친이 죽고, 그의 모친이 일을 나가서 밤이 되기 전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비토였다. 카카시의 집에 들어선 그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카카시에게 일렀다. 할 얘기가 있는데. ? 알았어, 일단 가있어. 뭐라도 내어올게. 부엌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오비토는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낮은 책상 한구석에 덮여있는 사진이 누구일지 대충 짐작이 가 그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시가 쟁반을 들고 왔다. 물 밖에 없었다며 천진하게 웃는 그를 따라 오비토도 슬쩍, 따라 웃었다.

 


그래서, 할 얘기란 건 뭔데?”

. 막상 얘기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 오비토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카카시가 재촉했다. 유치한 남자라고 생각할 지도 몰라. 크게 숨을 들이쉰 오비토가 눈을 질끈 감았다. 나 진짜 좋아해? 그리고 정적. 오비토가 딱 붙였던 눈꺼풀을 다 떼기 전까지 카카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눈을 뜨고 카카시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야 카카시는 푸, 푸하, 아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었다. 어딜 봐도 비웃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웃는 웃음이었기에 무안해진 오비토가 괜히 큰 소리쳤다. 아니! 사귀고2달이나 지났다고! 아무 짓도 안한 게 말이나 돼? 외치면서 다시 울컥한 그는 손을 쫙, 펴 내보였다. 겨우 손잡았다, ! 아직도 몸을 떨며 웃음을 참는 카카시가 겨우 그것을 멈췄다. 그리고 이번에는,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뭐야, 그런 거였어. 요즘 왜 이렇게 기운이 없나 했다, ? 아직도 생각하면 웃긴 지 풉, 하는 소리가 말 중간 중간 섞였다. 에이씨, 읊조리며 오비토는 머리를 긁적였다. 부끄러워진 그는 나 갈래’, 빠르게 이르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곧 카카시가 그를 잡아 끌었다.

 

순식간이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맞붙었다. 떨어지려는 그것을 오비토가 그의 허리와 뒷목을 붙잡아 막았다. 막힌 소리를 내며 빠져나가려고 하던 카카시도 이내 그것을 포기했다. 그저 입술과 입술을 겹칠 뿐인 행위였다. 그런데도 그것이 너무 좋아서, 오비토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마 카카시도 마찬가지일터다. 겹쳤던 것이 천천히 떨어지고 어느새 감았던 눈도 떴다. 아쉽다. 아쉬웠다. 그는 카카시의 달뜬 눈과 마주하는 순간 자제력을 잃었다. 다른 사람의 혀와 닿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구나. 까끌 거리면서, 물컹한 듯 단단하고, 따뜻한 그것과 맞닿는 느낌은 생소했다. 도망치는 혀를 정신없이 쫓고 쫓다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숨을 고르면서 카카시가 오비토의 어깨에 이마를 툭, 댔다. 제게 기댄 그것과 묵직한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얘기해도 돼? . 카카시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아니, 너도 날 많이 좋. 그 이상은 얘기하지 마라! 카카시가 다급하게 외치면서 자신의 손으로 오비토의 입을 막았다. 좋아한다고. 오비토는 발갛게 상기된 카카시의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그것을 완성시키고 뿌듯함에 웃었다. 오비토, 너 좀 기분 나쁘게 웃는다? 항상 네가 이렇게 웃잖아. 아닌데. 맞거든.

카카시와 시시콜콜한 말싸움을 하면서 오비토는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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