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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uto/단/중편

[오비카카오비 + 가이카카] Sweets

by MaEl 2015. 10. 25.

[오비카카오비 + 가이카카]

- 원고로 힘들어하는 보조(@bojo__chan) 님께 바칩니다.



 

 

 

또 왔군. 카카시는 괴고 있던 턱을 떼고 문을 활짝 열며 들어온 손님을 응시했다. 벌써 5일 째.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에 들러 케이크를 먹고 가는, 하복 차림의 남학생. 왼쪽 얼굴엔 옅은 화상자국을 매단. 그는 항상 입 안에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레몬, 오렌지, 딸기, 딸기. 오늘은.

 

이거랑 이거. 주세요.”

 

오렌지. 그가 말할 때 끼쳐오는 달디단 과일사탕 향내에 카카시는 오늘도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저씨, 그것도 주세요! 그래. 카카시는 주문서에 밀크티를 추가했다. 남학생은 언제나와 같은 자리에 앉아 카카시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 시선이 조금 불편했다.

 

 

초코무스, 블루베리 조각 케이크. 가지런히 접시에 담아내어 소년이 앉은 테이블에 가져다주자 그의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라 카카시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남학생은 매일 사탕을 문 채 가게에 들어와, 그것을 오독오독 소리 내며 깨어 먹었다. 그리곤 포크로 케이크를 한껏 퍼 올려 방금 전까지 사탕이 굴렀던 자리에 채워 넣는 것이다. 거기에 밀크티를 쏟아 넣는 소년을 보면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카카시는, 그래, 질색 했었다. 혀가 마비되지나 않을까. 엉뚱한 생각도 했다.

 

우치하 오비토라고 했었나. 이틀 전 티라미슈를 먹고 난 소년이 가게 문을 밀고 나가기 전에 외쳤었다. 제 이름, 우치하 오비토예요. 무더운 여름날, 나무 아래 드리워진 시원한 그림자처럼 소년이 웃었다.

 

 

 

오비토는 항상 가게 문을 닫기 전 1시간 쯤 전에 종소리를 냈다. 선명하게 걸린 달과 함께 케이크를 먹는 소년. 6일 째 되던 날, 익숙해졌는지 제법 편안한 목소리로 학생은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아저씨는 왜 케이크 만들기 시작했어요? 단 건 싫어해. 엉뚱한 대답에 시선이 꽂힌 것을 뺨에 느꼈다. 그럼 왜 만드는 데요? 오비토는 대여섯 살의 아이들 마냥 질문을 던졌다. 왜였더라. 카카시는 이유를 떠올리고 그저 웃었다. 단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 둥그런 대답에 오비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다. 그는, 가이는. 그가 지켜준 덕분에 자신은 겨우 눈 한 쪽을 잃었을 뿐인데. 육상 선수였던 그는 하얀 침대 위에서도 웃었지만, 카카시는 그를 대신해서 울어주었다. 울어 주고 싶었다. 카카시는 마른 눈물만을 흘렸다. 부피감이 없는 천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하면 가이의 다리가 돌아오기라도 할 듯.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가져다 준 책은 읽었을까. 또 무모하게 팔굽혀펴기나 하지는 않을까.

 

 

어떻게 된 거야? ? 화상. , 이거요. 녹차 케이크를 앞에 두고 오비토가 자국을 손으로 가렸다. 어릴 때, 엄마가 국을 끓이고 있었는데. 그걸 보겠다고 냄비를 잡아 내렸다가 쏟았어요. 하필 얼굴이라서. 우물. 말하며 또 포크에 한껏 케이크를 찍어 올렸다.

아저씨야말로 계속 안대하고 있네요. 이거. 카카시가 씁쓸하게 웃었다. 오비토는 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단 거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내일도 오면 밀크티는 공짜. 진짜? 꼭 와요, ! 오비토가 해처럼 웃었다. 카카시는 그 얼굴을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비토가 카카시의 가게에 출석 도장을 찍은 것도 벌써 13일째가 되었다. 시침이 9를 가리켜갈 쯤에 카카시는 케이크를 새로 만들었다. 미리 구워둔 시트를 반으로 가른 뒤 생크림을 듬뿍 얹었다. 입 안에서 은은하게 단내가 퍼졌다. 사탕을 굴리고 있던 탓이다. 어제 오비토가 별로 달지 않은 사탕이라며 주고 간 것이었다. 꾸밈없이 하얗고 둥근 그 모양새에 카카시는 거부감 없이 그것을 입 속으로 삼켰다. 사탕이 매끈하게 혀에 닿았다. , 나쁘지 않은걸. 고개를 끄덕거렸다.

 

쿠키를 잘게 부수어 케이크 위로 장식하듯 뿌렸다. 가에는 초콜릿을 얇게 갈아 얹었다. 오늘 오비토가 오면 들고 가라고 할 참이었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냉각기가 돌아가는 진열장에 고이 케이크를 넣고 허리를 펴는 순간 종이 울렸다. 나 왔어! 어느새 스스럼없이 반말을 하는 오비토를 카카시가 어서와하고 맞이했다. 진열장을 따라 이리저리 굴러가던 눈이 방금 넣어둔 케이크 위에서 멈췄다. 뭐야, 새로 만든 거예요? 신메뉴? 조각 케이크가 아닌데?

 

답례야.”

 

오비토의 얼굴 위로 물음표가 떠다니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카카시는 하하, 하고 웃었다. 사탕, 잘 먹었어. 괜찮더라구, 맛있었어. . 소년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가감 없이 들렸다. 이렇게 큰 걸, 받아도 돼? 오비토의 뺨이 붉게 상기되었다.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이 카카시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졌다. 자신마저 부유감에 사로잡혔다.

 

내일은 가게 쉬어.”

, ?”

 

깜짝 놀라 외치며 포크를 쥐었던 손을 탁자에 내리치자 카카시가 어깨를 들썩이는 것을 보았는지 오비토가 소리를 낮추었다. 한 달에 한 번은 쉬어야지. 카카시가 검은색 앞치마를 벗어 카운터 옆에 걸어두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일은 오지 마. 알겠어. 축 처진 오비토의 어깨를 보면서 카카시가 케이크를 상자에 담았다.

 

잘 들고 가. 모레 봐요. 그래, 하며 카카시가 손을 흔들었다.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사라지는 그를 지켜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가이, 나 왔어.”

 

한 달에 한 번 가게를 쉬고 가이네 집을 찾았다. 그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한 쪽 다리를 잃어 거동이 불편한 가이 대신 카카시가 그의 집 비밀번호를 외우고 있었다.자신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선 카카시는 바로 보이는 부엌 탁자에 케이크를 올려두고 가이를 찾았다.

 

, 하나. . 맙소사. 카카시는 침실 바닥에 엎드려 두 팔을 굽혔다 펴는 가이를 보고 사색에 질렸다.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 카카시. 왔냐. 언제나처럼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가이가 카카시를 반겼다. .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 얼른. 단단한 팔을 자신의 목에 감아 그가 일어나는 것을 부축했다. 케이크 가지고 왔어, 먹을래? 오우!

 

 


조각 케이크들이 가이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 그가 케이크를 먹다말고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봤다. ? 이 케이크는 처음 보는데, 새로 만든 거냐? , . 진짜 맛있다, !연신 감탄하며 포크질을 멈추지 않는 그를 보며 카카시는 미소를 지었다.

 

가게에 매일 오는 남학생이 있거든. , 남학생? 마지막 케이크까지 모두 먹어치운 가이가 물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카카시는 일어나 가이의 옆에 자리 잡았다. 다리 마사지를 해주기 위함이었다. 가이가 필요 없다고 우겨도 부득불 카카시는 그의 집에 올 때마다 잘린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이쯤 되니 가이도 포기하고 자신의 다리를 그에게 맡겼다.

 

밝은 애야. 고등학생인지, 늦은 시간에 오는데. 매일 보다보니 정이 든 것도 같아. 맨 처음 가게에 들어와 반짝이는 눈으로 진열장을 훑던 오비토가 생각나 카카시가 웃음을 흘렸다.

 

다행이네.”

 

가이가 팔을 뻗어 카카시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무슨 소리냐는 눈으로 가이를 마주보는 카카시에 그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하고 덧붙였다. 카카시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덩어리를 꾹, 집어삼켰다.

 

 

 




 

영 힘이 나질 않았다. 오늘 밤이면 다시 부드러운 케이크들을 맛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비토는 책상에 딱 붙인 얼굴을 떼고 싶지 않았다. 오비토, 축구하러 안 갈래? 너희나 열심히 해. 평소라면 금방이라도 뛰어나가 땡볕 아래서 공을 굴렸을 텐데.

 

예뻤지.”

 

그 사람. 특히 손가락이. 알록달록한 조각 케이크들이 그의 손을 거쳐 나온다는 것을 금방 납득하게 해주는 손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가게였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에 자리해 있어 장사가 되는 걸까?’하고 의심했었다.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 하교하고 싶다. 케이크 먹고 싶어. 그 사람, 보고 싶다. 카카시, 하고 그의 이름을 공책 여백에 적었다. 화살표로 빼내어 케이크 완전 맛있게 만듦이라고 추가로 적었다. 조금만 참자.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다리를 동동 굴렀다.

 

 

 



익숙한 엔틱풍의 입구가 보였다. 진열장 쪽을 살펴보던 오비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문고리를 돌려 당기자 딸랑, 하고 종이 머리 위에서 울었다.

 

잘 쉬었어요?”

덕분에.”

 

카카시가 땀이 엄청나네.’ 이르며 아이스 밀크티를 오비토에게 건네주었다. 뛰어왔어? , . 오비토가 숨을 골랐다. 오늘은 뭐로 줄까? 딸기랑 치즈! 그래, 앉아서 기다려.진열장의 문을 밀어서 열자 훅, 냉기가 끼쳐왔다. 카카시는 오비토가 원했던 것을 차례대로 집어 그릇에 담아냈다. 오비토가 밀크티를 한 모금 홀짝였다. 달았다.

 

내일도 올 거지? 접시를 오비토의 앞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카카시가 물었다. 당연한 걸 묻고 그러시네. 오비토가 포크를 잡으면서 대꾸했다. 하하, 카카시가 웃었다. 내일은 시간을 맞추어 과일 케이크를 만들어야지. 그는 오비토 모르게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거 가져왔어요.”

 

오비토가 포크를 입에 문 채 가방을 뒤적거렸다. 여기! 그가 꺼내든 것은 하얗고 매끈한 사탕 한 봉지였다. 카카시는 얼결에 그것을 받아들었다. 가끔씩 꺼내먹어요. 전에 맛있다고 해서 가져왔어.

 

고마워, 잘 먹을게.”

 

과일은 체리로 할까. 오비토의 붉어진 귀를 보면서 카카시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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